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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5. 2018

데이트 조언 구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2017년 10월 10일

저 진짜 글 많이 쓰는 편인데요, 안 올리는 것도 많아요. 파일 정리하다가 이거 찾았는데 문제는 "어제 글"이 뭐였는지 전혀 생각 안 난다는 것 ㅋㅋㅋ     

어쨌든. 아무래도 욕 잔뜩 먹을 것이 뻔해서 안 올린 것 같습니다만. 찾은 김에 가봅시다.     




데이트 조언 구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남친이 군대군대 얘기합니다. 남친이 여혐 발언을 합니다. 남친을 어떻게 설득시킬까요?     


이렇게 상담 오시는 분들 있다. 한국에서 어릴 때만 잠깐 살아서 잘 모르는 부분 있고, 그러다 보니 어제글에 왜 그렇게 흥분하는지도 1도 이해 못 하기 때문에 -_- 뭐라 조언하기가 조심스럽다. 비한국인, 그리고 거의 공대 남자들만 겪은 내 경험으로는.     


'내가 잘 설명해서 설득시키면 이해하고 다음부터는 달라질 거다' 

이런 환상을 버리는 게 좋음. 설득식이라는 공대 사람들도 다른 사람이 

'너 틀렸어' 

하고 조근조근 따지는 거 본능적으로 안 좋아함. 연인 사이에서 한쪽이 

'아 알았어 그만하자' 

정도가 사실 최선임. 1:1 관계에서는 아무래도. 그룹의 압력이나 사회 분위기 변화가 아니라면 마음 깊이 변하고 그러는 일은 상당히 힘듦.     


여자분에게 조언하자면, 그냥 처음에 조건을 걸면 됨. 남자들 의외로 조건에 괜찮게 반응함. 여자에게 너는 이것을 해야 내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딴 식으로 말하면 처맞겠지만, 뭔가 퀘스트 비슷한 시스템에 익숙하고 그런 걸 도전으로 여기는 남자들이 경험에 많았음. 그래서 남자가 쓴 데이트 조언 책에도 꼭 나오는 것이 have some standards. 요구 조건을 걸어라, 임. 나는 이런 남자를 원함 하고 땅땅 박아두면 인터넷에서야 난리 발광 하지만 실제 만났을 때는 맞추는 남자 많음.     


이전에 '남자에게 일 시키는 법'이라면서 '빨래 개줘'가 아닌 '열시까지 빨래 개줘' 라고 하면 이상하게도 해 줄 가능성이 높다고 하던데, 이것 역시 조건이 확실하고 좀 더 퀘스트스러워서임. 


그러므로,  난 여혐 발언하는 남자 안 만나, 라고 확실하게 주선자한테 말해 두면 간단함. 만날 때도 이래저래 설명하면서 '너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어?' (생각해보면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즐거운 퀘스트가 아님을 알 수 있음) 보다는 '넌 나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가 훨씬 효과적임. 데이트하면서 좋은 분위기 유지하고 싶은데 왜 자꾸 그런 얘기 꺼내냐는 남자들 말도 똑같은 식으로 이해하면 됨. 구구절절 말하는 것보다 '난 그렇게 생각 안 하고, 네가 그런 말 하면 나 기분 나빠져. 더 이상 말하지 말자.' 로 간단하게 줄이고 딴 얘기로 돌리는 쪽이 나음. 물론 이건 만남을 지속하고 싶을 때 얘기. 

나 섭섭하니까 니가 알아서 풀어줘 보다는, 난 이거 원하니까 넌 그걸 해라 지시 사항 내리는 쪽이 반응이 낫다 보니 이런 책도 나옴. Why men like bitches. 왜 남자들은 나쁜 년을 좋아하는가. 여자 입장에서는 이거저거 요구하는 거 되게 싫을 거 같은데 의외로 잘 먹힘. 어차피 요구 안했어도 혼자서 여자의 (상상요구) 맞춰주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 많음. 이 여자가 요구하는 걸 내가 못 맞춰줘서 이 여자가 날 안 좋아한다, 라고 상상으로도 막 생각해냄. 그러니까 김치녀 욕이 나오는 거임. 요구한 적 없는데 혼자 니가 이런 거, 내가 해 줄 수 없는 거 요구했지! 라고 방방 뜀.     


이럴 땐 뇌내 뇌피셜 요구사항이 아니라 그냥 확실하게 말해 주면 좋음. 그리고 요구사항 성공적으로 실행했으면 칭찬. 이거 중요함. 어제 글에 방방 뛰고 난리 난 이유도, 그렇게 대놓고 '칭찬' 바라는 거 찔러서 그랬을 거라 짐작함. 솔직히 난 이거 많이 이용함 (...). 뭘 했으면 꼭 찝어서 이거 해줘서 고마워. 보기엔 좀 유치해 보여도 이건 효과가 확실해서 안 할 수가 없 (...).     

남자한테 맞춰준다, 비굴하다, 뭐 그런 소리 들을 만하지만, 난 상대방이 원하는 거 내가 원하는 거 확실하면 서로 가지는 게 뭐가 나쁘냐는 실용주의라서;; 부탁은 퀘스트 식으로, 피드백 잊지 않고, 지적은 짧고 간단하게, 내가 원하는 건 간단명료하게 지시해서 받아내고 댓가로 감사 표현 확실히 하기...로 살아왔음.     




역시 욕먹을 것 같아서 잠깐 뒀다 내리겠습니다 ㅎㅎ 사장시킨 이유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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