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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6. 2018

20살에 군문에 들어선 그녀는

2017년 10월 22일

여기에 한 여성이 있다. 대한민국에 여혐이란 없고, 그저 약한 여자들이 앓는 소리,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생각했던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똑똑했고 튼튼했다. 한국 남성들의 군대 가라는 외침대로 그녀는 간부양성과정에 들어갔다. 겉으로 봐서는 화사한 20대 초반의 평범한 여성이지만, 3킬로미터를 13분대에 주파하고, 싯업 2분에 100개, 푸쉬업 2분에 70개를 가볍게 한다. 체력으로는 웬만한 키배 워리어 싸대기를 날린다.    

 

그런 그녀가 겪은 군대는 어땠을까. 지휘관이 여간부들 앞에서 업소에 간 이야기를 하고, 여성 품평을 하고, 여대생과 술 먹고 엠티간이야기를 쉽게 한다. 다시 말하지만, 여군 간부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말이다.     

임관 전 교육기관에서는 격한 군사훈련이 잦았다. 여성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생리로 인해 무리한 활동이 제한되지만 극남초사회에서 여성의 생리적 특성으로 인한 체육활동 열외는 빈축을 사게 된다. 그래서 진통제를 먹고 훈련을 받았고, 피임약을 먹어 생리주기를 조절하며 훈련에 참여한다. 그들에게 무월경은 흔한 일이다.     

군대 내의 성희롱, 성폭행에 대해서 알게 된 즈음에 그녀는 교육을 받았다. 어딘가에서 친히 오신 높은 분은 술취한 여자가 성폭행 당하면 여자 잘못이다라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말했고, 그녀는 처음으로 군인의 길을 걷기로 한 결심이 흔들렸다. 계속해야 하나.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나.     


그러나 그녀는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시간이 지나면 변할 거라고, 아니, 나는 강하고 똑똑하고 잘났으니까 페미니즘 따위 필요 없다고 마음 굳게 다지고 다시 훈련에 임했다.     


시간이 지나 그녀는 간부로 임관한다. 그리고 부하에게서 성추행을 경험한다.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는 더 강해지고 더 힘 있어졌지만, 대한민국은 변하지 않았다. 상관들의 반응은 예전과 같았다. 주변의 반응? 높은 분의 교육은 그야말로 군대의 평균 정서였다. 네가 잘못했겠지. 네가 여지를 줬겠지. 거절을 제대로 안 했겠지. 하지만 확실하게 거절했다면 또 다른 말을 들었겠지. 너무 뻔해서 비극적이랄까.     

아래 부하는 성추행. 상관은 피해자 탓. 그사이에 갇힌 대한민국의 여성 간부는 묻는다. 과연 군인의 길은 좋은 선택이었을까. 내가 잘못한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군무새들. 여자도 군대 가라는 당신. 과연 대한민국의 군대가 준비되어있다고 생각하는가? 간부도 보호받지 못하는 대한민국 군대에서 병사는 어떨 거라 생각하나. 아님 그런 건 알 거 없고 당장 군대 가서 성추행, 성폭행 당하라는 억지인가.     


(독자분에게서 받은 사연을 재구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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