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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7. 2018

당신의 카톡을 열어보세요

2017년 11월 5일

한샘 강간 사건 관련 카톡 보고 어? 화간인가? 생각한 남자들 꽤 있는 것 같아서.     


여자분들. 

지금 카톡 열어보세요. 그리고 이모티콘 보냈거나 친절하게 대답했던 남자 수 세 보세요. 선배, 교수님, 친구 오빠, 친구 동생, 친구의 친구 뭐 등등. (이런 말 하기도 싫지만) 어쩌다가 술자리에서 마주치고 성범죄가 일어난다고 할 때, '이미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고, 이모티콘 보내거나 싹싹하게 말하고 언제 한번 만나자고 한 전적이 있음'에 맞는 사람 많을 거예요. 그 모든 관계들이 '화간 증명'에 쓰일 수 있다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나요.     


거절해야 했다 하는 남자분들께는.     

야근시키는 상사한테 곧바로 따지시죠? 술자리 늘 거절하시고요? 그런데 성매매도 어쩔 수 없이 분위기 맞춰야 해서 같이 해야 한다는 사람도 많던데, 그것도 따박따박 대드셨죠? 임금 체불이면 바로 그날 문자 넣으시고 노동청에 고발하시고요? 초과 수당 안 들어와도 곧바로 인사팀장 카톡 메시지로 따지시겠죠?     

아니라고요? 왜요? 그런 식으로 회사 생활하기 힘들어서?  

   

자신은 성매매 같이 가자는 것도 거절 못하고, 야근 시키는 것도 거절 못 하면서, 술 같이 먹자고 윗사람이 불러서 따라갔다는 여직원은 왜 욕하나요. 교육 담당이었던 하늘 같은 선배가, 나쁜 짓한 놈 처벌 도와준 사람이 이번에도 술자리에서 지켜줄 거라 믿은 건 왜 욕하는지? 왜 곧바로 고발 안 했냐고, 왜 카톡에 답했냐고 몰아세울까요. 지금 고발하면 나는 어떻게 되는지, 짤리는 건지,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데 따지고 들어야 하는지, 카톡에서 막 뭐라 하면 곧바로 행동 취하는 건 아닌지, 부모님과 동기들에게 알려지면 어떻게 되는지, 뒷일 걱정하면서 망설일 거라는 건 전혀 감정이입 안 되나요.  

   

왜 이건 화간이라고 우기는지 아세요? 여자가 웃어줬고, 말 들어줬고, 카톡 답해줬으면 섹스 가능하다는 심리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술자리까지 같이했으면 '먹어도 된다'라고 은연중에 생각해서입니다. 술 취한 모습 보이고 집에 데려다주고 하는 거면 파란불이라고 착각한 적 있었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든 섹스해보려고 밀어붙여봤거든요. 그건 남자로서 당연하다고 보고, 그거까지 강간이라고 하면 억울하거든요. 이 사람들 머리에서 강간은 야구모자 깊게 눌러쓴 남자가 밤길에 칼 가지고 위협해서 강제로 하는 게 강간이거든요. 그런 거엔 엄청 흥분하면서 저 새끼 죽여야 한다고 하죠. 내 여친이 될 수도 있는 힘없는 여자를 그렇게 망가뜨리면 안 되죠. 그렇지만 아는 남자와 술자리 같이했다면 그건 나라도 밀어붙였겠다 생각하니 화간 어쩌고 말 나옵니다.

     

카톡 목록 다시 보세요. '그 여자 카톡 기록 보니까 합의한 관계' 어쩌고 하는 친한 지인이 있나요? 그 사람에게는 (그 사람 논리에 따라) 당신의 카톡, 당신과의 술자리도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아는 사이+술자리면 기회 봐서 모텔 ㄱㄱ 도 가능하고, 그건 나는 성관계 동의로 본다는 말이잖아요. 모든 남자 강간범 취급하지 말라더니 셀프인증하고 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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