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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7. 2018

한샘 사건 관련- 그들은 약자를 노린다

2017년 11월 4일

한 여성 신입사원이 세 가지 사건을 겪었다. 몰카. 강간. 강간미수. 도대체 한 여자에게 왜 사건이 그렇게 생기냐, 보는 남자마다 덮치냐, 이상하다, 흘리는 거 아니냐 등등 소리가 나오더라. 그런데 사건을 보면 1이 생겼기 때문에 2와 3도 터졌다. 딱 이래서 피해자들이 함구하게 되기도 한다.     


사건을 보자. 1번 몰카 사건이 있었다. 2번 사건은 1번 사건에서 이어진다. 이 여성은 신입이었고, 교육을 받고 있었다. 2번의 가해자는 교육 담당자다. 말이 교육 담당자지, 힘들게 입사한 회사에서 동기들과 같이 교육받는데 그 교육을 담당한 사람은 신급이다. 나와 내 동기를 평가하고, 사건 사고를 보고받아 주관하며, (신입 입장에서는 잘 모르니까) 앞으로의 회사 생활에 아주 엄청난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되는, 절대 갑의 위치다. 이 사람이 동기들 간의 분위기를 주도할 수도 있고 교육 결과를 보고하는 것도 이 사람 재량이다. 집안 빽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그때도 다들 알았을 거라 본다.     

그냥 카톡 내용과 성폭행 사건만 보면 두 사람은 상당히 친했고, 사건 후에도 말을 주고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 때문에 보통 성관계로 치부된 것 같은데, 그건 상당히 치사한 접근이다. 1번의 사건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힘들게 입사한 곳에서 교육을 받다가 몰카 사건을 겪었다. 하지만 분위기 망치는 것 같아 무마하고 넘어가려다가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경찰에 신고를 했다. 트러블 메이커로 찍힐까 고민했고, 쉽지 않았을 텐데 이 교육 담당자가 많이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여성에게 나쁜 남자 -> 몰카범, 반대로 모든 남자가 나쁘지 않다는 증거, 한샘이라는 회사가 자신을 찍어서 괴롭히지 않을 거고, 제대로 가해자를 처벌할 거라는 증거 -> 교육 담당자 이렇게 된다. 그 담당자는 구세주이고 조력자이고 이 모든 불미스러운 일을 다 없었던 것으로 해줄 능력자이다. 당연히 친하게 지내고 싶고 좋게 보이고 싶다.     

이런 구도를 악용한 것이 교육 담당자이다. 이 상황에서 담당자가 술 먹자고 하면 피해자는 거절하기가 힘들다. 담당자는 '그런 남자'가 아니고, 백마의 기사 구세주인데 거기서 '너도 그런 의도를 가졌냐'로 바뀌면? 안 좋은 일 있었지만 회사 생활은 괜찮을 거라는 믿음이 무너진다. 동기들에게 무슨 말을 할지 모른다. 어떤 영향이 갈지 모른다. 이 남자가 '그런 남자'가 아니고, 불순한 의도가 없다는 것이 이 여성에게는 제일 좋은 시나리오다. 그러므로 당신은 안전한 남자임을 알고 감사한다는 감정을 강조했을 것이고, 사건 전 두 사람의 친밀함은 그 관점에서 보면 당연하다.     

카톡을 보면 회식이 연달아 있었다. 그리고 담당자는 여직원을 집에 데려다주었다. 사건은 그 다음날이다. 이미 한 번 데려다준 적이 있는 사람이 또 데려다준다는 말을 안 믿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몰카 사건으로 신세를 많이 졌고,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으니 술자리를 가졌다고 하면 걱정해서 달려와 준 걸로 보고, 조언을 해준다는 이유로 더 이야기가 길어졌다고 해도 반감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입사 며칠 만에 여친 있는 남자와 모텔로 가서 관계를 가진다"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첫 경험이었단다. 정상적인 여성이, 25세까지 경험이 없는 신입사원이, 정말 입사 며칠 내에 그럴 거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강간 사건. 그 다음날 이 여성은 경찰에 가서 신고를 하고 검진도 받는다. 다시 반복하지만 입사 3일만이다. 이전 사건에서 도와준 사람, 아는 사람 몇 없는 회사에서 그나마 자신 편을 들어줬던 이를 경찰에 고발한다는 것, 쉽지 않다. 여친이 있는지 몰라서 배신감에 고발, 그 정도로 할 일이 아니다. 여기에서 남자의 증언이 코미디로 전락하는데, 이 사람은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고, 경찰 신고 후에도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정말? 경찰에 강간죄로 고발당했는데 '마음이 앞질러가 혼란스럽게 했던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주고받았다'고? 그 여성 입장에서는 교육 중에 몰카 사건으로 알려지고, 그 다음에는 교육 담당자의 강간 사건으로 불거지며 회사에서 엄청나게 눈총을 받았을 터이다. 이 여성에게 최선의 시나리오는 '이 모든 것이 없었던 일로 사라지는 것'. 초반부터 이런 식으로 찍혀서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나. 바로 다음날 아침이라면 그런 현실부정 모드가 부자연스럽지 않다. 거기서 곧바로 내 강간범인 너를 응징하리라 호통을 왜 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 다음날 바로 경찰서 갔잖아. 검진 받았잖아. 더 이상 어쩌라고.     


3번 사건도 1, 2에서 이어진다. 인사 담당자는 2번 사건 때문에 만났고, 아마도 어차피 소문 난 애, 신세 망친 애, 나한테 잘 보여야 하는 애, 나도 건드려보자고 생각한 듯하다. 1번과 3번 사건은 최소한 진위여부가 확인된다. 둘 다 해고되었고, 1번은 경찰에 고발되어 징역 살고 있다고 한다 (원글). 한샘 쪽에서도 1번과 3번은 확실히 있었던 일로 인정한 셈이다. 2번 사건 역시 경찰 고발은 확실히 있었다. 불기소가 되었다고 하지만.     

여기서 2번 사건에 대한 증언 번복 얘기가 나오는데, 3번 사건의 인사 담당이 2번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정황이 확실하고 진술서를 새로 써라 (강제? 조언?)한 것도 맞고 보복성으로 징계를 먹인 것도 맞다. 그리고 그걸 빌미로 강간 시도했다 잘렸다. 인사팀 한 사람만 압력 준 것도 아닐 거고, 그런 압력에서 증언 번복을 시킨 다음 증언 번복했으니 믿을 수 없다면 뭐 어쩌라는 건지.     

"한 사람이 왜 세 가지 일을 겪나"가 아니다.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그 일을 해결하는 중에 도와준다고 나선 회사 측 사람이 그 사건을 핑계로 다가가 강간하고, 그 사건을 또 고발하니 사건 해결을 맡아야 하는 인사과에서 또 강간을 시도한 것이 이 사건이다. 그러나 경찰에서는 불기소가 되었고 회사에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잘만 나가는 가해자를 보고 도와 달라 인터넷에 올린 그녀는 이제 "카톡 보니 화간이네" "경찰에서도 불기소인데" "증언 번복했다며" 소리를 듣고 있다. 얼마나 이쁜지 보자는 이들도 있고 뭐 그런 일이 줄줄이 생기냐 흘리고 다니는 거 아니냐는 이도 있다. 실생활에서는 이미 그렇게 소문난 애니까 하면서 또 건드려보는 이들도 많을 테다. 그리고 회사는 풍기문란 어쩌고 하며 피해자에게 압력 행사하는 곳이 한샘 말고도 수없이 많을 터이다.     

그래서 아직은 '더 조심하고 살자'가 최선이다. 치사하게도 그렇다.     


* 그래도!! 그래도!!! 여자가 좀 이상한 거 같아!! 라는 생각 드는 분은 이 글 참고 ->

https://www.facebook.com/londonyangpa/posts/2012533582365452     


* 가해자 글 후에 다시 피해자 측 글 올라옴:

http://m.pann.nate.com/talk/339319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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