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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6. 2018

미국 대학의 섹스 문화-American Hookup

2017년 9월 1일

미국 대학의 섹스 문화 - American Hookup. 여혐과 페미니즘과 자존심 세우기가 뒤엉킨 디스토피아. 19금.     

어제 팟캐스트에서 American Hookup이란 글을 쓴 작가와의 인터뷰를 들었다. 주위에서 '요즘 훅업 문화!!' 라면서 주먹 쥐고 에어펀치 하는 거 보면 젊은이들의 난교 파티 위에 곧 하늘의 심판이라도 내릴 것처럼 난리 쳐 대서, 세계 어디가나 꼰대짓은 쯧쯧 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엄청나게 흥미로웠다.     


짧게 요약하자면 

1) 요즘 애들이 대학교에서 자유롭게 난잡한 그룹섹스라도 매일 하는 것처럼 다들 떠들어대지만 그것과는 거리가 멀고 

2) 즐기는 이는 소수이며 

3) 상당히 특이한 문화로 발달했고 

4) 이것은 여혐과 페미니즘과 자존심 세우기가 뒤엉킨 꼴이다 <- 마지막 포인트는 내 결론.     


숫자부터 보자. 

대학교 생활 동안 평균 섹스 파트너는 8명이라고 한다.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 8학기니까 한 학기에 한 명 정도와 잔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대학생의 1/3은 거의 훅업 문화에 참여하지 않으니 그 애들 빼면? 나머지 2/3은 그럼 12명. 그래도 일 년에 세 명이다. 대강 보면 1/3은 참여 하지 않고 1/3은 어중간하게 참여한다. 

실제로 이 자유로운 섹스 분위기를 즐기는 이들은 비교적 소수의 학생들이라고 한다. 보통은 중상층 가정의 자제면서 이성애자인 백인 남자(...)가 제일 즐긴다. 이것들은 어딜 가나 에잇. 그에 비해 참여하지 않는 이들은 소수인종들이 많은데 종교적일 확률이 높아서, 보수적이라서, 주류 그룹에 끼지 못해서 등등의 이유를 든다. 물론 선택받지 못한다는 이유도 있다. 소수인종/그룹 중에서도 아시아계 여자, 흑인 남자는 인기가 있는 편이지만 아시아계 남자, 흑인 여자는 인기가 덜하다고. LGBT 그룹도 쉽게 끼지 못하고.

     

제한 없이 아무나 붙잡고 하는 섹스를 생각했다면 그것도 틀렸다. 이것은 욕구가 넘치는 이들의 파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의식에 가깝다고 한다. 

술이 꼭 동반되어야 하고, 보통은 적당히 취한 여자가 춤을 추기 시작하면 남자들이 다가온다. 그럼 여자는 친구들의 반응을 살핀다. 같이 자도 괜찮은 남자인가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낮은 랭킹의 남자는 자신의 지위까지 떨어뜨리므로 인기가 많거나 그 외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자면 받아들인다(=>고로 중상층 가정의 잘생기고 몸 좋은 백인 남자들이 유리.. 쿨럭). 그리고 그 둘은 섹스를 한다. 여자들이 그 섹스를 즐길 확률은 아주 낮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남자와 훅업을 했다는 것. 그리고 아무 의미 없는 섹스를 했다는 것.     


여기서 정말 흥미로운 점. '여자도 남자처럼 의미 없는 섹스 할 수 있다'는 페미니즘 진영에서 나올 만한 말 같긴 한데, 여기에 또 여혐이 가해진다. "찌질한 여자는 사랑을 원하고 연애, 로맨스 이런 거 원하지만 난 그런 걸 초월한 여자야"를 강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 의미를 두면 안 된다. 그 남자가 좋다던가, 그 남자와 사귀고 싶다던가 하는 기색을 보이면 안 된다. 요즘 캠퍼스에서 창녀(slut)보다 더 심한 욕은 애정을 갈구하는 여자(desperate)다. 남자의 애정을, 사람들의 관심을 원하는 것은 엄청나게 언쿨하고 찌질하므로 자기는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님을 보여야 한다. 그것은 곧 어떤 호감도 보이지 않는 것, 괜찮은 남자가 섹스를 원하면 술김에 아주 쿨하게 같이 섹스하지만 그걸로 연인이 될 거라는 착각은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한 번 취중 섹스를 하고는 바이바이다.     

현대 사회가 좀 그렇긴 하다. 누군가의 관심을 갈구한다는 것,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는 건 애처롭게 찌질하게 본다(pathetic). 나는 쿨하고, 다른 누구를 필요로 하지 않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독불장군인 상태가 제일 좋다고 해야 한다. 다른 이는 나를 원할지라도 나는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뭐 그런 느낌이다. 절대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거. 이건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각자 앞가림해야 하고 남에게 폐 끼치거나 배려를 요구하면 안 되고, 감정적으로 질질 짜거나 기대고 하는 걸 질색하는 그런 문화.     


페미니즘의 영향이 확실하게 있다. 섹스를 한다고 여자를 창녀 취급하지 않고, 맘에 드는 남자와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선택권이 있으며 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꼭 연애나 결혼 등으로 묶이지 않아도 된다는 부분이 그렇다. 그런데 또 엄청나게 일그러져 있기도 하다. 여자는 연애하고 싶어 하고 남자는 섹스만 하고 싶어 하니까, 나는 그런 뻔한 여자 짓은 하지 않을 거야...가 그렇다. 

남자를 그저 발정한 개로 보는 문화, 사람 대 사람의 관계는 원하지 않고 그저 일회성 섹스만 원한다는 편견 역시 옳지 않다. 한 남학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학생과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과하고 그녀는 좋아하지 않는 남자와만 섹스를 하고 자신과는 관계를 갖지 않는다고 했다. 마음을 열고 '나는 너를 좋아한다', '우리는 사귀는 관계다'를 공포하고 관계를 갖는 것은 너무나 부담스러워서 그렇단다. 그러니까 의미 없는 관계가 아니라면 완벽한 관계가 되어야 하는 것. 아, 그리고 그런 식으로 훅업 할 수 있는 남자들은 당연히 소수고, 나머지 남학생들은 낮은 사회적 지위로 선택당하지 못하거나, 의미 있는 로맨틱한 관계도 맺지 못하는 셈이다. 남자가 '연애'를 원한다는 것 역시 남자답지 않게 볼 수 있을 테니까. 고로 노 섹스 노 연애. 재미 보는 이는 소수.     


나도 팟캐스트로 들은 내용이라 ㅡㅡ 미국 대학 문화가 정말 이런지는 모르겠으나, 책은 재밌을 것 같아서 주문했다. Lisa Wade 의 American Hookup: The New Culture of Sex on Campu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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