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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6. 2018

피해자에게 뒤집어 씌우는 프레이밍도 선택적으로

2017년 11월 4일

역시 사건 하나로 난리 난 게 아니었다. 넷플릭스의 히트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의 남자 스탭들의 피해 사실이 나오기 시작한다[1].     


자, 여기에서 스톱해보자. 무조건 케빈 스페이시는 잘못이 없고, 그를 모함하려는 이들이 사방에서 꽃뱀 노릇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이 사건을 보자. 그러면 나오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남자 스탭들의 외모가 어떤가? 정말 그 대단한 스페이시가 건드릴 만큼 잘생겼나? 몸이 좋나? 사진 올라왔나? 

피해자가 그리 잘 생기지 않았고 몸도 별로라면, 헐리우드에서 원한다면 어떤 잘생긴 남자라도 사귈 수 있을 스페이시가 왜 건드렸을까? 말이 안 되잖아?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짧은 바지 입고 있었으니 그 안으로 손을 훅 집어넣지. 정상적인 성욕 가진 남자라면 누구라도 충동이 들지 않겠나? 옷 좀 단정하게 입고 다니면 그런 일 없었을 텐데. 

이 '피해자'들, 이전 직장에서도 혹시 상사가 성추행 했어요 어쩌고 하면서 돈 뜯어낸 전적은 없을까? 

피해 맞나? 싫었으면 왜 말을 안 해? 자기도 즐긴 거 아냐? 대단한 스타가 관심 보여주니까 뭐라도 생길 거 같아서 끼 부렸다가 아닌 거 같으니까 추행이었다고 하는 거 아냐? 

헐리우드에서 일하는 게 그렇지. 그것도 모르고 들어갔다고 하기엔 좀 그렇지 않아? 

저렇게 문제 일으키는 직원들 때문에 초대박 히트 시리즈랑 엄청난 배우를 희생시키다니, 걔네들을 먼저 짤라야겠다.     



    

이런 식으로 A4 몇 장 채울 수 있다. 웬만한 여자는 다 채울 수 있을 거다. 가해자는 절대로 잘못이 없을 거고, 피해자에게 무조건 뒤집어씌우는 프레이밍을 너무 일상적으로 봐 와서 그렇다. 그런데 피해자가 남자라면 갑자기 이런 말이 안 나온다. 당한 남자들이 잘생겼는지, 당했을 때 무슨 옷 입고 있었는지, 평소 품행이 단정한 남자들이었는지, 꽃뱀은 아닌지, 그냥 친하게 지내자고 스스럼없이 대한 건데 오해해서 혼자 오버하는 건 아닌지, 썸타고 있었고 화간인데 지 맘에 안 든다고 협박하는 건 아닌지. 이런 말이 안 나온단 말이지. 왜? 여자 피해자들은 사건 얘기 나오자마나 종합선물세트로 받는데?     


정답은 여성 혐오와 강간문화와 호모포비아. 이성애 남자가 그런 식으로 여성을 대상화하고 성욕 해소의 도구로 쓰는 것은 '정상'. 강간문화 역시 '정상'. 여자가 알아서 조심해야 하고 피해야 하는 거지만, 동성애는 '변태'. 그러므로 남자에게 그런 욕구를 느끼는 것은 맹렬하게 비난해야 하고,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건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 그러므로 강간문화는 이성애 남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만 정상.     




[1] 하오카 스탭 증언들 http://money.cnn.com/2017/11/02/media/house-of-cards-kevin-spacey-harassment/index.html  


노파심에 덧. 

남자 피해자들은 룰루랄라 개이득! 이라는 소리는 절대로 아니다. 여성 피해자들과 결은 다르지만 나서서 말하기는 오히려 더 힘들다고도 한다. 심리적인 충격은 마찬가지로 상당하고, 이야기를 하는 순간 강력한 권력의 사람을 억지로 커밍아웃시키는 셈이 되기도 하며 자신 역시 성정체성에 대한 논란을 키울 수 있고 등등. 어느 정도 성문제 처리 체계가 조금씩이라도 갖추어진 곳이라 해도 보통은 여성 피해자가 압도적이다 보니 여성피해자 중심이기도 해서 그렇기도 하다. 하여튼 여성혐오도 그렇지만 호모포비아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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