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9일
미국에서 대학 졸업한 한국인의 이력서가 거의 백 퍼센트 무시된다고 하자. 이유는 이해할 수도 있다. 언제 한국 돌아갈지 모르니까. 거의 전부가 미국인인 직장에서 이민자는 분위기 바꿀 것 같아서. 영주권/시민권 문제도 있어서.
당신은 죽인다고 해도 절대로 한국에 돌아가지 않을 거고, 시민권자 혹은 영주권자고, 미국에서 오래 살았고, 뭐 그런 건 아무런 상관이 없이 '그냥 한국 사람은 한국에 돌아갈 거 같아서'라면서 아예 서류 심사도 안 되면 어떤가?
어렵게 취업했는데 혹시 명절 때마다 한국에 가는지, 한국 친구가 많은지, 한국 부모님과 얼마나 자주 통화하는지 묻는 건 어떤가? 혹시라도 한국에 확 가버릴지 몰라서라고 하면? 이전 한국 직원이 부모님이 아프셔서 어쩌고 하면서 한국에 갑자기 들어가 버리는 바람에 많이 곤란했었다고, 그래서 그냥 미리 조심해두는 거라고 하면?
사실 미국 직원들도 파트너가 다른 곳으로 취업되어 옮기는 경우도 많다 해봐야 '그거랑 같냐'는 대답이 돌아오고.
한국 이민자들은 보면 공대에 주로 가고 미군에는 안 들어간다, 어려운 벌목 작업, 원양어선 이런 데서는 일 안 하고 편한 일만 찾으려고 한다 하면?
한국 사람이 그만둘 때마다 "역시 이래서 한국 사람 고용하면 안 돼"라는 발언이 아주 쉽게 나오고, 미국 직장에서 전체적으로 "한국 사람 고용해봤자 소용없으니까 아예 면접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취업되어도 "얘네들은 어차피 본국에서 부모 지원 받는 애들이니까 월급 많이 안 줘도 돼" 이런 건?
그런데 그런 곳이 한국 사람이 거의 과반수가 넘는 한인 밀집 지역이라면? 그리고 그곳에서 일주일에 한 명은 한국인이 미국인에 의해 살해되고, 일주일에 한인 서너 명은 직장에서 상사에게 폭행당하며, 한국 사람이 50% 가 거의 다 되고 거의가 영주권 시민권자인데 공무원 경찰 고위 간부 등등은 싹 다 흑/백인이라면? 하루에도 몇 건씩 인종차별로 폭언, 폭행을 당했다는 보고가 들어와도 "일하면서 그럴 수도 있지", "한국 사람들이 좀 처맞을 짓을 하잖아". 한국사람 다섯 명이 상사에게 폭행당했다고 해도 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귓등으로 흘려듣고, 폭행 상사 대신 고발한 한인들이 잘리고, 대신 한인 부하직원들이 돈 뜯어내려고 가짜 폭언 발언 신고했다는 흑인 상사의 억울하다는 인터뷰, 백인 상사들이 이런 일 때문에 더 한국 사람 고용 못 하겠다고 설명하는 인터뷰만 뉴스에 나온다면.
그 와중에 몇몇 한인 업체들은 "개나 소나 영주권 시민권 내주니까 한국 학생들 일하는 태도가 영 예전과 다르다. 고용해주는 것도 감지덕지할 것이지 연봉 올려달라 어쩌고 한다. 이전 세대 이민자들은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데 지네들은 아주 꿀 빨려고 한다. 인종차별 당하는 것도 이해 간다" 하면?
덧으로는 "한인들은 그래도 돌아갈 데 있으니까 꿀 빠는 거 아닌가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아주 자기 맘대로 골라서 살잖아요. 그런 사람들 편의를 왜 봐줘야 되나요? 쉬운 일만 골라서 하려고 하고. 힘들고 험한 일에 한국인 있나요? 솔직히 역차별이 심하다고 봅니다."
- "고위직에 한인이 별로 없는 이유요? 글쎄. 한인들이 좀 조용하고 나서지 않고 그래서 아닐까요? 아님 영어를 못해서?"
- "한인들이 연봉을 덜 받는 이유요? 글쎄? 차별은 아닐 거고. 아무래도 소극적이어서?"
- "험한 일 하다가 순직하는 분들 보세요. 한국인 퍼센티지가 있기나 하나요? 소방관, 경찰관, 군인 중에 한인 몇 퍼센트인가요? 미국인에 대한 역차별입니다."
- "아니 그래서 한국인이나 이민자로서 받는 인종차별이 뭔데요? 난 하나도 못 봤는데? 오히려 개이득아닌가?"
- "인종평등이 아니라 한인 우월주의인 거 같아요. 자기네만 배려해달라 그런 거잖아요. 단체 이름들도 보세요. 한인회. 한국 학생회. 완전 차별적이에요. 자기네 권익만 챙기겠다는 거죠."
* 이렇게까지 써도 모를 사람들 위해서 친절한 설명. 비꼬기입니다. 취업 어려운 것, 아시아계에 대한 편견 좀 빼고 나머지는 거의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