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2일
"내가 잘나지 못해서 이런 여자가 좋다. 아이폰 안 쓰는 여자, SNS 안 하는 여자, 스벅 골드 회원 아닌 여자. 우리 엄마같이. 얼마 전에 오뎅 사주니까 좋아하는 동생이 참 보기 좋더라."
욕 나오는 거 우선 참고.
나 아이폰 안 쓰고, 전화기 사실 잘 안 바꾸고, 페북에 글 올리지만 인스타 이런 거 거의 안 하고, 커피 잘 안 사 먹는다. 고급 레스토랑보다는 길거리 떡볶이 선호한다. 화장품 옷 이런 것도 잘 안 사고 하는데.
너 같은 놈한테 이쁘게 보이려고 그러는 거 아니거든.
무슨 뜻으로 저런 말 했는지는 안다. 그나마 '내가 잘나지 못해서'란 자각은 있으니 다행이긴 한데.
자기 맘대로 "이런 것은 사치"라고 정해놓고, 그나마 창의적이지도 못한, 딴 남자들이 투명 김치녀 소환할 때 패는 거 세 개 갖고 와서 그런 소비를 안 하는 사람이 만만하고, 그런 사람은 내가 오뎅 정도만 사줘도 감지덕지 할 터이니 들이대 보겠다 이런.
꼬아서 듣는 거 안다. 나도 주위에서 어떻게 하면 여자에게 잘 보일까 고심하는 남자들 많이 봤고, 상대 여성의 기대가 높으면 어쩌지, 나 같은 놈은 모자라다 하면 어쩌지 노심초사하는 것도 보면 짠했었다. 그건 그렇지만 안 그래도 사회에서 초당 5.8번씩 두들겨 패고 있는 투명 김치녀 소환해서 이런 나쁜 여자들 말고 나한테 좀 만만한 여자 주세요 이런 건 정말 너무 후지지 않나. 여자 못 만나보고 연애 못 해봤다는 거 딱 표시라나고, 매력 없어서 연애 못 한 것을 아이폰으로 SNS하고 스벅 마시는 김치녀들 잘못으로 뒤집어씌우는 거 치사하고, 그런 거 안 하는 '순수한' 여자를 못 만나서 연애 못 한 거라 헛소리하는 게 같잖고.
그거 안 하는 여자도 너 싫어해. 엄마 같은 여자 원하면 그냥 엄마랑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