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1일
나비남이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서울시 양천구, 노원구,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펼친 정책인데 양천구는 저소득 50대 남자, 노원구는 소득과 관련 없이 50대 남자, 동구는 40대에서 60대 남자에게 반찬 배달 서비스, 목욕권 지급을 한다네요. 50대 남자들이 자기 밥을 차려 먹거나 자기 위생을 돌보지 않고 알코올중독 되거나 우울증 앓다가 혼자 죽는 경우가 많아서 멘토와 연결시켜주거나 반찬 차리는 교육 제공. 나비남 영화제 상영. 집 정리 서비스도 있음.
물론 빈곤층 퍼센티지는 50대 여성이 높습니다만. 어쨌든.
세금이 왜 그런데 남자 지원에만 가나요? <- 라고 물음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영포티 어쩌고 하면서 40대 남자는 20대 여자를 넘봐도 되는 것처럼 하더니, 50대 되니까 혼자 밥 못 차려 먹어서 반찬 배달도 해줘야 하냐.. 라고 할 수도 있죠. 그렇지만 한 공동체 안에서 패턴이 확실한 사회적 문제가 등장한다면, 그리고 적은 예산으로 그들을 타깃으로 삼아 확실히 도와줄 수 있다면 도와주는 거 전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자들이 내는 세금이 50대 밥 못 챙겨 먹는 아저씨들에게 가는 거, 어차피 여기저기 쓰려고 모은 세금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총여학생회가 왜 필요하냐, 왜 여자들한테만 돈 쓰냐는 말 있었다네요. 한국의 대학 내에 성희롱/성폭력 관련 문제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는 말 안 해도 아실 거라 믿고. 보통은 총여가 성폭력 관련 상담을 맡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상담부원도 보통 따로 있고요. 몇몇 대학의 경우 성평등 내규 등등 다 성평등센터와 협업하는 학생회는 대학 안에서 총여학생회밖에 없습니다. 특히 학생-교직원, 교수와 같은 성폭력이 있어났을 때 총여의 존재 여부는 사건 처리에 있어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집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대변해줄 총여가 그나마 처벌 자리에 있어야 조금이라도 공정한 처벌이 가능하거든요. (그리고 총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많은 정책들에 관심이 대부분 없습니다).
미국 대학 내에 한국 학생회가 왜 있습니까? 만약 미국 대학 내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생겼다면, 백인으로 가득한 학생회에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한인 학생회부터 먼저 가보시겠습니까. 한인 학생회가 없다면 이민자들이 조금이라도 있는 국제 학생회 등에 더 기대하게 되지 않을까요. 병원 내에서 간호사들이 어떤 의사에게 심한 폭행을 당했다 했을 때, 의사들로만 가득 찬 단체에게 정당한 조치 바라고 맡길까요, 아니면 간호사 조합을 선호할까요?
다시 국제 학생회로 돌아가봅시다. 교내에 인종차별 문제가 심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내려는 중입니다. 전통적으로 대학교에서는 '인종차별 따위 없다' 자세를 고수했습니다. 이때 투표를 하면 국제 학생회 헤드가 미국 백인이 되거나, 무늬는 국제 학생회이지만 미국 백인들이 지지할 수 있는 '인종차별 그딴 거 없어' 논조의 후보가 뽑힐 가능성 99%라고 합시다. 특히나 미국인/외국인 문제가 많이 일어나는 곳이라면, 국제 학생회 선거에 국제학생들만 참가시키는 게 그렇게 이해 안 되나요.
나비남들로 돌아가 봅시다. 50대 남성들에게 밥해서 갖다 주고 외롭지 않게 사람들과 이어주는 서비스입니다. 여기에 세금 써야 하나요. 의료보험은 어떤가요. 건강해서 병원 한 번 갈 일 없는데 보험비 내야 하나요. 정부에서 지원받은 적 없는데 왜 내 세금 가지고 기초 수급자에게 쓰나요. 나는 대학 안 갔는데 왜 내 세금 가지고 대학교 재정 지원하나요. 비정규직 차별 안 받는 사람들도 있는데 왜 정부 대책 세우고 돈 갖다 부어야 하나요. 이런 질문은 늘 하는 분들이 왜 총여학생회 필요하냐고 묻는 거겠죠?
보세요. 50대 남성들이 밥 못 먹고 고립사하니까 이슈가 되죠. 그들을 위한 정책이 생겨나죠. IMF 때엔 가장들 기죽인다고 기살려주자 했었죠. 젊은 남자들 장가 못 간다고 정부 차원에서 여자들 사회 진출 막자는 얘기 나왔죠. 그런데 교육비 그렇게 갖다 붓는 대학교에서 공부 안 하는 대학생들 깔 생각은 안 하고 아이 맡기는 전업주부 욕하죠. 여자도 좀 걱정해줘;;; 학생회가 돈 쓰는 일 여러 가지 중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에 강력하게 효과적인 총여 돈 들어가는 거에 열 올리네요.
총여 싫으신가요. 그럼 단톡방 성희롱 성폭행 다 근절하든가요. 대자보 붙이고 붙이고 붙여도 안 되는 거 알아서 한큐에 처리해주든가요. 총여 반대는 그러니까 단순합니다. "성희롱 성폭행 뭐 그딴 거 내 알 바 아님 괜히 우리 주류들 심기 상하게 하지 말고 찌그러져 있어" 혹은 "저는 소수지만 피해당한 적 없고 피해당한 사람들한테 관심 없고 그런데 관심 있다고 하면 주류 분들이 싫어하실 거 같아서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