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1일
폭언하는 상사 많죠. 사장님이 막 욕을 하고 물건을 던지고 하면 거 참 안 좋죠. 직원들끼리 욕할 수 있어요. 사장 개새끼 십새끼 어쩌고저쩌고. 사장도 욕하고 직원도 뒤에서 욕하네요. 그럼 그 두 개가 똑같나요.
사장이 욕하는 것은, 자신이 그래도 된다는 것을 알고 권력을 휘두르는 거죠. 폭언은 그 많은 권력 중에 하나입니다. 안 웃긴 농담해도 아랫사람들이 웃어주고, 회식하러 가자 하면 아랫사람들이 따라와 줍니다. 감정노동 시킬 수 있는 권력이 있는 거죠. 경제권을 쥐고 있으니까요. 아 목마르다 하면 마실 것 갖다드릴까요 하고, 기분 나빠 보이면 열심히 일하는 척하거나 뭐 안 좋은 일 있으신지 물어봅니다.
폭언, 그러니까 성질부리는 것은 그 많은 권력 누림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 사람의 행동을 '혐오'라고 붙여봅시다. 잘 안 맞는 단어네요. 그럼 '뫄뫄질'이라고 합시다. 이 사람은 이런 '뫄뫄질'을 아주 많이 합니다.
당하는 직원들은 주로 뒤에서 욕하지만, 어느 날 한 명이 직장 관둘 각오하고 사장에게 야 이 씨발 개새끼야 하고 덤비면, 그것도 폭언이니까 '뫄뫄질'인가요. 아뇨. 이 사람은 권력을 기반으로 한 폭력의 한 종류로 폭언을 한 게 아니거든요. 그러므로 직원 상대 뫄뫄질은 있어도 사장 상대 뫄뫄질은 없습니다.
한국의 수많은 상황에서 권력의 위치에 있는 '남자'가 '여자'를 대할 때 여러 가지 권력 휘두르기가 있습니다. 집안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그 권력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기도 하고 (가정, 직장),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를 바탕으로 하기도 합니다(선배, 교수). 그냥 육체적인 힘, 가해 가능성으로 위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택시 기사, 거리의 남자들). 백 퍼센트 언제나 가해자가 남자이진 않지만, 여성의 입장에서는 인생 전체에 걸쳐 권력을 가진 남자 가해자가 정말 많습니다. 그들이 휘두르는 수많은 권력 기반 폭력 중의 하나가 폭언일 뿐이고, '여성 혐오'는 폭언뿐만이 아닌 모든 폭력과 편견을 칭합니다.
그래서 남성혐오가 없다고 하는 겁니다. 있을 수가 없지요. 사회 전체에 전반적으로 여성이 거의 모든 경제권 정치권 인사권 등등을 쥐고 있다면 성범죄 간단하게 기소취하, 성폭력 최소화, 솜방망이 처벌, 가정폭력 스토킹 등의 범죄 무시, 고용 차별 등의 폭력이 허용되지 않겠죠. 지금 현재 (남성의 느낌에) 여성이 휘두른다고 느끼는 권력은 성관계 거부, 이성 관계 거절 딱 요거입니다. 그걸 가지고 그렇게 가열차게 까다가 (외않만나죠 김치녀들!! 된장녀들!!) 메갈 나오니까 이젠 말하는 게 왜 그 모양이냐, 우리도 그런 폭언의 희생자다 어쩌고 웅앵웅앵 하는 거고요.
'남혐' 어쩌고 하는 사람. 그냥 거르세요. 빨간 줄 쭉.
* 실제 남혐이 난무한 사회라면
남자는 분노 조절이 잘 안 된다는 편견이 있어 취업이 안 됩니다. 국회의 80% 가 여자입니다. 대통령부터 청와대 장관 차관 도지사 군수 90% 가 여자입니다. 거의 모든 대기업의 총수와 그 아래 임원들 간부 등등의 95% 가 여자입니다. 범죄 일으킬 소지가 높다는 남학생들은 알바도 찾기 힘듭니다. 취업하기 힘들다는 거 잘 알아서 상사들은 남자 직원들을 훨씬 더 갈굽니다. 그리고 남자가 더 뛰어나다면 남자를 고용했겠지 여자를 고용하겠냐 합니다.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도 '남자가 분노 조절 못 하고 좀 그런데 니가 잘못했겠지'란 편견이 커서 고발도 힘듭니다. 남자가 발표하면 "남자들은 좀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편견으로 다 낮춰서 듣습니다. 여자가 발표하면 "여자들은 자기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하며 3을 말해도 5로 듣습니다. 진급도 폭력적이고 이기적이라고 보이는 남자들보다 실제 실력이 더 있다고들 하는 여자들이 쭉쭉 올라갑니다. 서울대 나온 남자보다 인서울 나온 여성의 진급이 빠릅니다. 신문에는 "유리 천장 깨고 임원이 된 애 아빠" 이런 기사가 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사가 "남자짓 하네" 이건 남혐 맞습니다. 국가가 "남자들의 분노 조절이 해결되어야 고용 평등도 가능하다" 하면 이것도 남혐 맞습니다.
아 이렇게까지 설명해주는 친절한 양파 씨.
* 예전에 쓴 '정말 여성상위 시대라면' 글:
https://www.facebook.com/londonyangpa/posts/1781827545436058
https://brunch.co.kr/@yangpayangpa/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