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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8. 2018

"페미는 처음이라..."

2017년 11월 30일

페미니스트는 다이어트를 하나? 화장을 하나? 시집가서 전업주부여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나? 피곤한 남편에게 어깨 마사지를 해주는 전업주부는 페미니스트인가? 페미니스트는 미니스커트를 입는가? 예쁘다고 칭찬받으면 싫어해야 하나?     


사회에서 말하는 좋은 여자가 뭔지는 매뉴얼이 확실하다. 보편적으로 두 모델 - 성녀와 창녀 - 가 있고, 그중에서 하나 택하면 행동 매뉴얼이 쭉 나온다. 우선 어느 모델이든 여자라면 젊고 이뻐야 한다. 그것을 베이스로 참한 여자라면 오럴 섹스라는 말에 히잌! 하지만, 결혼하고 나면 나의 남자에게만 요부가 되면 된다. 그 외 모든 상황에서 여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어떤 옷을 어떻게 입고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아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다 보니 오토 파일럿으로 살기도 쉽다. 잘 모르겠다 싶으면 옆집 아줌마 동네 찜방의 아줌마 아는 언니 지나가는 할아버지 혹은 무려 뒷집 유치원생한테 물어봐도 된다. 텔레비전만 켜도 나온다. 사회가 바라는, 좋아하는 여자상. 남자들이 원하는 여자. 가르쳐 줄 사람도 넘쳐난다.     


그 속박이 싫다고 깨고 나온 여자에게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전통 여성 스크립트가 이쁘면서 센스 있게 화장하고 예쁘다하면 배시시 웃고 부끄러워하는 여자상 따라가라 해서, 그게 싫어서 벗어났으면, 그 때부터 하나하나 결정을 해야 한다. 안 이쁘면, 성형해도 되나? 하면 코르셋인가? 이쁘다고 칭찬하는데 기분 좋으면, 이건 내가 아직 속박되었다는 증거인가? 남친과 잠자리를 할 때 절정에 오른 척했으면, 난 페미니스트 될 자격이 없는 걸까?     

수십 년 배우고 세뇌되고 지금도 여전히 가르침을 하사하는 전통적 여성상에 비해 페미니즘 이거 되게 골치 아프게 느낄 수 있다. 물론 '진정한 페미니즘은 이런 거다' 가르침 전수해주시는 맨스플레이너 245134, 지나가는 오빠 아재 오지랖 사람 25643명 있지만 -_-     


매뉴얼은 없다. 의견은 분분하고, 확실한 결론도 없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가라고 본다.     


그런데.     

우리 모두 이번 생에 페미는 처음이잖아요* (...) 다 알 수가 없어요. 매뉴얼도 없고요. 그렇지만 또 그 구린 '그들이 원하는 여자 역할'은 싫잖아요. 우리 다들 손잡고 하나하나 찬찬히 봅시다. 당연히 언쟁 있을 거고 의견 차이 있을 거예요. 한 끼 먹을 음식점 하나 고르는 데도 한참 걸리는데 그 수많은 이들의 삶의 방식, 존재의 이유 전체를 다시 정의하는 게 쉬울 리 있겠습니까.     

천천히 갑시다. 불공평하고 그지같은 것 고치기부터 우선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차차 실험해가면서요.     

* 이번 생은 처음이라 드라마 정주행한 티 났나요? 나도 제목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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