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표가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밤마다 대리운전을 했다는 이야기.
드라마 [김부장]에서도 빚을 갚기 위해
운전대를 잡는 장면이 나온다.
낮에는 개발을 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하루를 버텨야 하는 걸까.
스타트업으로 옮긴 뒤, 우리는
아직 매출도 투자 유치도 거의 없다.
대기업에 다니던 시절과 비교하면
거의 돈을 못 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비 습관은
잘 줄어들지 않는다.
가난해졌다면 씀씀이부터 줄이는 게
당연할 텐데, 그게 생각보다 어렵다.
퇴직금이 다 떨어지기 전에 회사의
매출이나 투자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개발해야 할 것은 너무 많아 늘 시간이 부족한데,
내 생계를 유지하려면 결국 돈을 벌어야 한다.
다행히도 나에게 대리운전 같은 일은
컴퓨터 사이언스 과외다.
교육 관련 스타트업을 하면서 대표가
과외 자리를 구해줬고,
그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대학생 때도, 회사에 다닐 때도
주변 부탁으로 가끔 과외를 하긴 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일이 이렇게 다시 나를 버티게 해 줄 줄은.
하지만 은근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특히 I 성향인 나에게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정말 못 해 먹겠다는 건 아니지만,
과외를 하고 나면 진이 빠져
원래도 부족한 개발 시간이 더 줄어든다.
대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마 알고 있겠지.
혹시 우리 회사가 생각대로 되지 않더라도,
나에게 교육이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게
이런 계획을 미리 그려둔 건 아닐까.
그의 큰 계획이 고맙기도 하고, 밉기도 하다.
월급을 올려줘야
내가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거겠지?
하…
씀씀이를 줄이지도 못하면서,
돈 욕심에 과외 하나를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한
한심한 나를 먼저 비판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고 이렇게 남에게 핑계를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