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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소하 Feb 12. 2019

문화 시장에서의 기믹, 그리고 밈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왜 칭송받는가?

힙합에서 기믹(Gimmick)이란 양날의 검과 같다. 누군가는 갱스터를 표방하다 과거를 들켜 비난을 받기도 하고, 절절한 사랑노래를 하던 아티스트가 여자 친구를 폭행해 질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가 양날의 검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이러한 기믹을 잘 살린다면 아티스트에게 이보다 더 좋은 무기는 없기 때문이다. 




 ⓒ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인스타그램


근시일 내에 한국 힙합에서 기믹의 대명사가 된 인물이 바로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이다. 외국 힙합에서나 볼 법한 마약, 총기, 범죄를 언급하며 동시에 돈, 여자 얘기를 누워서 떡 먹듯이 하는 국내 래퍼는 호불호가 갈리는 것을 떠나 질타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언에듀케이티드 키드가 이 기믹을 사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왜일까?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밈(Meme)에 대해 알아야 한다. 지금은 꽤나 알려진 단어지만 정의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밈은 이제 고전이 된 리처드 도킨스(Richatd Dawkins)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제시한 학술적 단어에서 비롯되었다. 스스로를 복제하며 세대를 이어 자기 자신을 보존하는 인간의 ‘유전자(Gene)’처럼, 말과 문자를 매개체로 세대를 넘어 보존, 전파되는 것이라는 정의를 가지고 있다. 이는 간단하게 ‘문화적 트렌드’로 이해하면 쉽다. 예를 들어, 대담한 사람들이 나오는 동영상에서 닥터드레(Dr. Dre)의 노래 ‘The Next Episode’를 틀고 “Thug Life”라는 자막을 붙이는 동영상이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인물 중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끌거나 업적을 보여준 사람을 한 곳에 모아놓은 사진과 함께 ‘두 유 노 ~’라는 글을 덧붙이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밈은 해외에 비해 한국에선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장르, 특히 현세대를 대표하는 문화인 힙합에 대한 밈이 넘쳐난다. 밈의 대가 에미넴(Eminem)부터 테이크오프(Takeoff), 오프셋(Offset) 등 멤버 대부분이 밈을 만들어낸 미고스(Migos), 최근에는 솔쟈 보이(Soulja Boy)까지 많은 인기 래퍼들이 밈을 통해 유머를 이끌어내고, 또 무명 래퍼가 밈을 통해 인기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 힙합씬에서 이런 밈을 만들어낸 인물이 흔치 않다. 스윙스(Swings)의 ‘우사인 볼트’라던지, 재키와이(Jvcki Wai)의 ‘월급’ 정도가 한동안 대중들에게까지 회자되며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큰 파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이런 국내 힙합에 등장한 ‘밈 양산기’가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다. 그는 대단한 랩 실력이라던지 외모, 비트메이킹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기믹 하나만으로 수많은 밈을 만들어냈다. (최근에 힙합 커뮤니티를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본명 김성우를 활용한 ‘킹성우’라는 별명이라던지, 사실인지도 모를 그의 범죄(혹은 조직 연루)등을 이용한 밈이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사운드클라우드에 게재된 앨범 <Uneducated World>와 이번 신보 <Hood Star>에서도 마찬가지다. ‘돈벌러가야대’, ‘Homeschooling’ 같은 곡에서 보여주던 찌질한 모습에서 ‘Money Holic’, ‘Hoodstar Freestyle’에서 보이는 성장한 그의 모습은 밈을 처음 접했을지 모를 국내 리스너들에게 묘한 희열을 주었다. 또한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기믹은 이러한 밈의 코믹함을 극대화시킨다. 해외 힙합에서만 보던 마약, 총기, 범죄, 조직 연루 등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그의 가사를 진정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사람이 이런 기믹을 이용한 밈을 만들어내며 그를 ‘국힙 구원자’, ‘포스트 국힙 킹’ 같은 타이틀을 붙여 그를 칭송하며 재미를 이끌어낸다. 


ⓒ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인스타그램


이렇게 보면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참 영리한 플레이어다. 확실한 캐릭터와 기믹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공고하게 만들었고, 이는 실제로 잘 먹혀들어 인기를 얻었다. 이어 그는 슈퍼비(Superbee)가 세운 영앤리치 레코드(YNG&RICH Records)에 영입될 정도로 돈을 벌었으니 두 가지 뜻의 ‘영리’를 모두 거머쥐게 되었다. 


의도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언에듀케이티드가 보여주는 기믹과 밈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는 그를 차세대 랩스타로 발돋움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현재 힙합씬에는 무수히 많은 래퍼들이 등장하고, 성공을 이루기 위해 모두가 달려든다. 하지만 이런 레드오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한 법.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믹을 통해 캐릭터를 구축하고, 밈을 양산해내며 인터넷에서 꾸준히 회자되는 성공을 거뒀다.  




레드오션이 된 음악 시장에서 밈과 기믹이 활성화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해내기만 하면 성공하는 현 상황은 여러 흐름을 거쳐 생성된 새로운 장으로 자리 잡았다. 혹자는 이를 비판할 수도 있으나, 이러한 흐름은 많은 리스너와 플레이어의 참여로 만들어진 현상이다. 이 현상이 꾸준히 유지되어 하나의 새로운 흐름이 되어 또 다른 트렌드를 만들고, 또 다른 흐름을 만들어내는 선순환이 생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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