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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양b Apr 13. 2024

행복한 백수의 평일 여행(경기 이천)

매일 행복할 순 없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

백수로 지내면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한적한 평일을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나와의 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이번주엔 범위를 조금 넓혀서 나 홀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1박이면 더 좋았겠지만 저는 백수이면서 주부이자 엄마이기도 하니 아이 등원시간에 맞춘 당일치기 여행으로요.


나 홀로 여행을 꿈꾸면서도 막상 실행하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경기도 이천 테르메덴에 근무하는 친구와 점심약속을 잡았습니다. 집에서는 한 시간 정도 걸리니 점심약속으로는 멀지만 당일치기 여행이라고 하기엔 적절한 거리이지요. 이런 곳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다니 저는 참 친구복도 많네요.


아이 등원을 시키고 집안일을 후딱 끝낸 뒤 드라이브 겸 이천으로 출발합니다. 오늘따라 날씨도 참 좋네요. 친구가 추천한 식당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밀린 수다를 마친 뒤 친구는 근무지고 돌아가고 그때부터는 저는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봅니다. 


1차로 '미솥지음'이라는 식당에서 솥밥을 먹었어요. 정갈한 음식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2차로 간 이국적인 카페 '더그린가든'도 추천합니다.




오늘의 여행지는 친구의 근무지인 이천 테르메덴입니다. 이곳은 작년 아이 생일에 가족여행으로 와본 적이 있어요. 온천수가 나오는 수영장도 좋았지만 마지막에 들렀던 통창으로 된 사우나와 노천탕이 감동이었는데, 사우나를 즐기기엔 아직 어린 딸과 함께여서 그곳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이천 테르메덴 풀 앤 스파


오늘 나 홀로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사우나와 노천탕. 추가로 릴랙스소파가 있는데 사람은 없는! 평일의 찜질방입니다. 워터파크에 왔지만 수영장은 지 않는 게 오늘 여행의 포인트입니다.(아쉬우니 사진으로만 담아왔습니다.)


백수라고는 해도 저에겐 하원시간이라는 마감시간이 있으니 욕심내지 않고 충분히 즐기려고 나름대로 선택과 집중의 시간계획을 짜보았어요. 사우나 30분, 찜질방 1시간. 제한시간이 다가올수록 초초해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그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답니다.


다시 방문한 사우나는 홀로 충분히 즐기니 더욱 좋았고, 노천탕에는 일부러 뿌려두신 건지 바람에 날아온 건지 물 위에 떠있는 벚꽃 잎 덕분에 가본 적도 없는 일본 온천마을에 와 있는 듯했어요.


나 홀로 사우나는 30분이면 충분했고, 다음 일정인 찜질방으로 향해봅니다. 사우나로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간 찜질방에서는 통창으로 보이는 맑은 하늘과 릴랙스 소파가 저를 반겨주네요.


신선놀음하며 글을 써 내려가봅니다


유리창 너머로 파릇파릇한 나무들을 바라보며 빈백 소파에 몸을 기대고 멍하니 감상하고 있자니 이게 신선놀음이구나 싶습니다. 노트를 펴고 떠오르는 글을 써보기도 하고, 찜질방의 핵심인 구운 계란과 식혜도 당연히 먹어주었습니다.


외로울 틈도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하원시간이 다가옵니다. 아쉽지만 이 정도로 충분합니다. 좋은 공간에서 기분 좋게 휴식하고 충전을 마쳤으니 집으로 돌아가선 아이와 남편에게 더 다정한 저녁식사를 내줄 수 있겠지요.






남편은 힘들게 일하는데 너무 혼자만 즐기는 거 아니냐고요?

아니나 다를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남편에게 전화가 옵니다. 오늘 저녁 골프모임가봐야 할 것 같다고요. 결혼 7년 차면 서로에 대해 빠삭하고, 오늘 제가 친구랑 만나는 걸 아는 남편은 이쯤이면 제가 기분이 한 껏 좋아진 상태라 어떤 요구든 오케이 할 걸 알거든요.


이른 저녁에 나간 남편은 열두 시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 들어오질 않네요. 하하하. 오늘의 예정된 다정한 저녁은 아이에게만 주었답니다. 남편과 함께 마무리하는 금요일을 기대했지만 모임에 가있는 남편을 기다리며 글을 쓰는 지금. 글쓰기를 취미로 한 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또 한 번 스쳐 지나갑니다.


매일 행복할 순 없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고 하죠. 행복했던 오늘의 기억을 회상하며 외로운 이 시간을 따뜻하게 채워봅니다. 대부분이 좋았던 하루를 서운한 감정으로 마무리하긴 아쉬우니까요. 여러분도 오늘 하루 중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보세요. 잠깐일지라도 행복했던 순간은 분명히 있을 거예요.



이 글을 읽어주시고 하트로 제 마음을 채워주시는 독자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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