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살 인물 도감> 2편
스물일곱 살 대화록 프로젝트, <스물일곱 살 인물 도감>.
두 번째 스물일곱 살은 공모전을 준비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우리는 찻집에서 한 번, 메신저로 한 번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두 번의 대화를 바탕으로 기록을 정리하였다.
안녕. 보통 자기소개를 어떻게 해?
나는 나를 소개해야 하는 자리에 거의 나가지 않아. 가끔 독서 모임에 가긴 하는데 딱 책 이야기만 해서 나를 소개할 일이 없어. 나는 자기소개서 1번을 영원히 채우지 못할 사람인 것 같아.
지금 상태를 힘 빼고 한 줄로 표현한다면 어때?
음, 서비스직을 전전하며 이상만 높은 사람?(웃음) 안내데스크 직원처럼 고객을 대면하는 서비스직을 주로 하면서 글을 쓰고 싶어 했으니까. 지금은 퇴사하고 글 쓰면서 지내.
출퇴근하면서 글을 쓸 힘이 있었어?
없어. 농담 아니야. 진짜 없어. 일할 때는 글쓰기를 거의 멈춘 상태였고, 책을 읽었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긴 한데, 나는 책이라든가 영화라든가 뭐라도 계속 뇌에 넣지 않으면, 글이 안 나와.
인풋이 있어야 하는구나. 직장과 글쓰기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
그렇지. 그러니 당연히 집에서도 안 좋아해. 나는 본가 살고 있거든.
집에서 ‘빨리 돈 벌어라’ 이러셔?
그렇진 않아. 내가 돈만 축내는 사람은 아니거든. 집안일하고, 밥하고, 예전에 벌어둔 돈으로 식재료를 사. 가족 식비로 몇십씩 쓰기도 해. 그러니 가족들이 크게 뭐라고 하진 않고 넘어가는 것 같아.
가족들한테 글 쓰고 싶다고 얘기했어. 그걸 얘기하지 않으면, 난 진짜 저 방 안에서 뭘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잖아. 그러니 얘기는 해야 했어. 나도 눈치가 있으니까, 글 쓰면서 설거지도 하고 세탁기도 돌리는 거지.
글쓰기에 전념하려고 퇴사한 거야?
이런저런 일이 있긴 했는데, 애초에 오래 일하려고 들어간 회사는 아니었어. 돈만 벌면 되니까 어떤 일인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야. 근무 요일이나 월급이 중요하지.
퇴사할 때 생활비에 대한 기준이나 고민은 없었어?
생활비는 천만 원 이상의 저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 다시 구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공모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내 힘으로 정할 수 없으니 명확한 기준점이 있진 않아.
유명한 작가도 글만으로는 돈이 안 되니까 강연도 하고 부업도 하잖아. 글만으로 돈이 안 된다는 건 알고 살아. 그건 현실 파악인 거고, ‘그래도 나는 좋으니까 할 거야’는 내 결정인 거지. ‘그렇다면 이후에 어떻게 할 건데?’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이 안 나왔어.
요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
보통 7~8시에 일어나서 아침 먹어. 남는 시간에 계속 집안일하면서 글 쓰고 퇴고하고… 그게 주된 일상이야.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어?
무언가 쓰고 싶다는 감각은 어렸을 때부터 선명했어. 친오빠랑 함께 이야기를 만들면서 놀곤 했는데, 그게 큰 영향을 준 것 같아. 나는 소아우울증이 만성우울증으로 이어진 사람인데,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책과 이야기가 숨 쉴 틈을 줬기 때문에 선망하는 마음도 강했어.
지금 작업하는 소설은 언제부터 쓴 거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요즘이지만, 예전에 조금씩 써 둔 초고를 수정하는 중이야.
아까 소설이나 영화 같은 인풋을 계속 넣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했잖아. 글을 쓰거나 글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 더 있는지 알고 싶어.
도움이 되는 일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뉠 것 같아. 먼저 작문에 도움이 되는 일이 있어. 표현법, 내러티브 변화, 인칭 등 구체적인 글짓기 관련해서는, 해당 장르의 유명한 작품을 찾아봤어. 고딕적인 글이나 내면의 세심한 변화를 다룬 글이 궁금하면 대프니 듀 모리에의『레베카』를 읽는 식이야.
다른 하나는 감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야. 앞서 말한 것처럼 장르와 관계없이 끊임없이 콘텐츠(시청각 자료, 예컨대 영화, 드라마, 음악, 패션 등)를 보고, 그것을 글로 묘사하는 상상을 하는 거야.
지금은 이렇게 열심히 글을 쓰고 있지만, '글 쓰는 거 그만둬야겠다'까지 갔던 순간이 있어?
내가 쓴 글이 지나치게 사적이라는 인상을 받은 적이 있어. 나는 전부터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 그러다 보니 뭐든지 부모와 자식에 관해 쓰게 되고, 그 사이 애증을 묘사하고 나열하는데 신경을 쏟아부었던 적이 있었어. 친오빠가 그 글들을 읽고 이런 특징을 잡아냈는데 무언가 들킨 기분이 들었어. 내 글을 타인에게 보여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
너는 엄청 담담하게 말해서 불안해 보이진 않는 것 같아.
그렇지 않아. 어떤 날은 너무 힘들고 무기력해서 일어나지도 못해. 부정적인 얘기는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해. 결국 해버리기도 하지만.
제일 불안한 건 뭐야?
나의 미래. ‘뭐 먹고 살지’라는 건 굉장히 폭넓은 고민이지만 하나하나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잖아. 본가에서 독립하는 것부터 부모님 노후까지, 이런 생각을 매일매일 수시로 하면서 글을 쓰고 밥을 해.
평소에 나이를 의식하는 편이야?
엄청 의식하지. 특히 친척들 모이는 가족 행사에서. "요즘 뭐 하니?" 하셔서 "쉬고 있어요" 하면 "아이고, 미안해라. 요샌 이런 질문 하면 안 되는데" 이러셔. 그럼 난 오히려 "아니에요. 솔직히, 만나서 물어볼 게 뭐 있겠어요" 하지(웃음).
난 앞으로도 어딜 가든 이런 이야기를 듣겠구나 싶어. 나이뿐만 아니라 내 삶의 궤적 자체가 불안해져. 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매번 ‘어떡하지’로 끝나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돼.
그래도 사회적 인식이 점점 변하고는 있잖아?
변하고는 있지. 근데 변하면 항상 반동도 오잖아. 그리고 난 아직 이 사회에서 정상성을 추구하는 게 엄청 굳건하다고 생각해.
글을 쓰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
공모전에 내볼 계획이지만, 완결을 짓는 게 목표인 것 같아. 결국에는 계속 이야기를 쓰는 게 목표야. 먹고살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지만, 일단은 이 글에 집중하는 거지.
마지막으로, 요즘 일상 속 즐거움이 있다면?
커피.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딱 마시면 너무 행복해. 난 카페인이면 되는 것 같아ㅋㅋ
<스물일곱 살 인물 도감>은 다채로운 스물일곱 살의 세상살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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