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3편
바로 다음날, 구글드라이브에 문서를 만들고 기획안을 썼다.
그런데 웬걸, 뽕차올랐던 전날과 달리 막상 실행하려고 하니 머릿속이 백지가 됐다.
인터뷰이 섭외부터 문제였다. 직장인 시절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몇 번 있다. 그때는 인터뷰이를 추천해 줄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고 인터뷰이에게 소정의 사례도 건넬 수 있었다. 반면 지금은 프로젝트 자금이라고는 땡전 한 푼 없는 백수 신세였다.
내가 원하는 인터뷰는 '평범한' 사람의 인터뷰라는 것도 큰 어려움이었다. 물론 인플루언서, 사업가처럼 인터뷰에 응할 확률이 높은 사람들도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익명 콘셉트로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목표라서 인터뷰 콘텐츠가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어필할 수도 없었다. 익명을 보장해야,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내가 더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팔로워 100명도 안 되는 나의 무엇을 믿고 그 사람들이 입을 열겠냐는 것이다.
고민이 끊이지 않으니, 인터뷰를 못 할 이유 수십 가지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냈다며 날뛴 어제의 내가 생판 모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유명인 콘텐츠도 넘쳐나는 시기에, 아무도 일반인의 일상엔 관심이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인터뷰이를 내 또래로 한정하면, 이 나이대가 아닌 사람들은 배제하는 셈이 된다. 이미 이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에게 인터뷰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소구력을 잃을 것이다.
인터뷰 내용은 브런치와 인스타그램 카드뉴스로 발행할 계획이었다. 기획 의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깊이 대화하고 그 맥락과 내용을 충분한 분량으로 전달해야 했다. 즉, 롱폼 콘텐츠로 연재해야 했다. 하지만 릴스와 숏츠 일색인 SNS 플랫폼에서 긴 텍스트로 이루어진 콘텐츠는 쥐약일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며 머리를 쥐어뜯던 때와 똑같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머리를 쥐어뜯게 됐다. 지금이라도 프로젝트를 폐기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