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생의 회사 밖 인터뷰 도전기 (1)

프롤로그 2편

by 양유

그렇게 고민했는데, ‘나만의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2월 14일, 편의점마다 밸런타인데이 홍보 문구가 붙은 날이었다.


칩거하던 나는 모처럼 약속 장소인 서울 해방촌으로 나왔다. 마을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달려 도착한 카페에서 고민 상담을 했다. '아무리 고민해도,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뭔지 모르겠어.'라는 말에 상대가 툭 제안했다. '너랑 동갑인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해보면 어때?'라고. 글쓰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듣는 일을 좋아하는 나에게 어울릴 것 같단다.


솔직히 놀랐다. 듣자마자 너무 재밌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라는 거야’, ‘왜 해야 하는 거야’라는 의문이나 부정보다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엄청나게 고민해도 답을 찾지 못한 문제를 다른 사람은 어쩜 그리 간단하게 풀어버릴 수 있는 걸까?


아른아른 형체가 잡히지 않던 '나만의 프로젝트'의 목덜미를 낚아챈 기분이었다. 나는 잔뜩 흥분해서 인터뷰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연설하기 시작했다. 안구건조증이 잠시 자리를 비우고 눈알이 초롱초롱해지는 이 느낌,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도파민이 발끝까지 뻗어나가는 이 느낌! 그래, 나는 분명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이야.


늘 다른 또래 친구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누구나 SNS 계정을 만들고 멋들어진 게시물을 올리는 시대지만 그래서 더 날것의 이야기,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귀하다고 생각했다.

특별할 것 없는 또래 친구들의 일상과 고민을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다.


KakaoTalk_20260324_165303701.jpg 처음으로 인터뷰 아이디어를 마주한 카페.


나는 한국 사회의 불행 상당 부분이 타인을 너무 자주 편협하게 인식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믿어왔다. 효율적인 의사결정, 편견, 숫자와 통계 앞에서 생기 넘치고 탄력적인 개인의 삶은 진공 유리판 사이에 넣은 꽃처럼 납작해진다. 자진해서 고유한 색을 지워내고, 타인의 단면과 자신을 비교하며 속썩인다. 빨리 하나의 아름다운 형태로 고정되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체적인 일상과 생각을 전달한다면 그 불행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내가 생각한 의미 있는 콘텐츠가 아닐까. 이쯤 되니 의미 부여를 좋아하는 나는 거의 이성을 잃었다ㅋㅋ


뚜렷한 재능이나 흥미가 없는 나는 뾰족한 프로젝트를 할 순 없겠다 체념하고 있었는데, 내가 당사자로서 할 수 있고 해보고 싶은 뾰족한 프로젝트를 찾은 것 같아 희망에 차올랐다. 해방촌은 정말 인간 해방의 동네였다!! 나는 오랜만에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곧이어 찾아올 고민들은 짐작하지 못한 채로.


다음 편에서 계속>>

목요일 연재
이전 01화회사 밖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