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by 쵸히

누군가는 나에게 다정한 척을 했다.

금세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척하고,

무심한 듯 챙기는 말로 마음을 열게 만들었다.


나는 또 그 다정함을 믿었다.

어쩌면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고,

적어도 이 사람은 내 진심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결국,

내가 무뎌진 순간을 틈타 떠났다.

익숙해질 만하면 멀어지고,

내 마음이 깊어질수록 그 사람의 마음은 가벼워졌다.


사람이 무서워졌다는 말,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던 말인데

지금은 문득문득 내 마음속에 들이운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도

그 뒤에 감춰진 의도를 먼저 의심하게 된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곁에 머무르고,

진심을 쏟고,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마음이 먼저 지친다.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막상 만나면 또 상처받을까 봐

내가 나를 더 의심하게 될까 봐

겁이 난다.


누군가는 나를 진심으로 아껴줄 수 있을까.

누군가는 내 마음을 쉽게 소비하지 않고,

가볍지 않게 바라봐줄 수 있을까.


이제는 그런 사람을 기다리기보다

그런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내 마음을 지키기로 했다.


누군가의 다정함에 기대기 전에

먼저 나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연습부터 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안다.

사람은 쉽게 사랑을 말하면서도 쉽게 외면하고,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모순된 존재라는 걸.


사람은 모든 순간이 모순이다.

그 모순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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