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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Jul 09. 2023

이게 원형이라고?

나는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뜻하지 않게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컴퓨터)로 이달 20일경부터 근무하게 될 예정이다.

3주 가까이 집중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인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멘붕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한글에 이어 파워포인트와 코딩까지...

살면서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지식을 습득해 본 적은 처음이다.

아직 엑셀은 시작도 못했는데 말이다.


며칠 후 있을 자격증 시험도 접수해 놓은 상태라 매일 타이머 맞춰놓고 연습 중인데....

하!!!

파워포인트 이것이 나를 아주 비참하게 만든다.


4개의 슬라이드를 40분 안에 완성해야 하는데, 이제 웬만한 슬라이드는 막힘없이 해야 하는데 어째 가면 갈수록 길을 잃는 느낌이다.

첫 슬라이드에서 벌써 막혀 버렸다.


기본도형에서 원형을 삽입하라고 했다.

자신만만 기본도형에서 찾아보지만 눈 씻고 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시간은 1분 1초 지나가는데 암만 봐도 없다. 타원형도 있고 원통형도 알겠는데 그냥 원형은 어디에 숨었는지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한심한 질문인 거 알면서도 강사님한테 질문을 남겼다. 휴일이라 답장이 없다.

점점 나한테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날도 더운데 씩씩대고 있는 내가 신경이 쓰였는지 아들이 다가왔다.

아들은 파워포인트를  배우지 않았지만 컴퓨터를 잘 다루는 편이다. 마우스 커서를 하나하나 가져다 대며 확인하더니

"엄마! 잘 좀 찾아보고 화를 내도 내요. 여기 있잖아요.." 그런다.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했다.

헐-----



이게 원형이라고????



아들처럼 하나하나 확인 안 한 건 사실이지만  이 도형이 원형일 거란 생각은 애시당초 하지도 않았던 거다.


그런데 말이다.

배운 지 얼마 안 돼서 헤맬 수도 있고 조바심 나서 잘 못 찾을 수도 있고 그래서 아이가 알려줬으니 아하! 하고 이어서 하면 되는데...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도형이 원형이라는 사실이 나는 왜 이리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노트북을 닫고 널브러져 생각에 잠긴다.

과연 나는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얼마 안 되는 수입이지만 뭔가 새로운 일을 하면서  글쓰기와 병행할 수 있길 바랐는데...

자꾸 글쓰기가 그리워지고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 글만 쓰고 싶은 심정인데 괜한 일을 벌인 건가  후회가 들기도 한다.


설마 이 일이 자신이 없어서 도망치고 싶은 걸까??


원형 같지 않은 원형에 상처나 받고 그 핑계 대고 징징대는 내가 한심하지만 나도 내가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생겨먹은걸!!


내일부터 참관 수업도 다녀야 하고 방학특강을 위해 코딩도 부지런히 익혀야 하고 배울 건 산처럼 쌓여있는데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내일의 내가 다시 힘을 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컴퓨터언어 #글쓰기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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