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잔뜩 싸놓은 김밥을 맨손으로 집어 입에 하나 가득 넣고 우적우적 씹는다. 배는 이미 불러서 그리 맛있게 느껴지지도 않는데 왜 자꾸 먹어대는지..
주방식탁에 놓인 파란 소주병을 보며 쉼 없이 입을 움직인다.
그러면서 방금 전까지 있었던 하얀색 소주병이 언제 파란 소주병으로 바뀌었을까 생각해 본다.
초록색을 왜 매번 파란색이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초록인지 파랑인지 그 촌스런 소주병을 좁아터진 이 집구석에서 안 볼 수 있는 날은 아마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는데 말이다.
겨우 1년 조금 넘게 쉬었는데
왜 모든 것이 다 엉망이 된 느낌일까.
그 1년을 안 쉬었으면 어땠을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 내가 엉망이 되었겠지..?
삶이 그리 간단명료하지 않다는 사실쯤은
나도 알지만
끊임없이 뭔가를 수습하며 사는 것에 지쳤다.
백 년을 살아도 그대로일 사람_
이제는 지쳐서 나가떨어질 법도 한데
뭣 때문에 나는 여전히 이 모양으로 사는지
그의 삶에서 분리되고 싶다. 진심으로.
냉장고에서 재료들을 꺼내서 뚝딱 김밥 말듯이
나도 내 마음 싹 다 끄집어내어 둘둘 보자기에 말아서 홀연히 떠나버리고 싶다.
아무런 미련도 없이.
훨훨..
#내영혼이원하는것
한 두어달 조용하더니 오랜만에 메인에 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