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부터 할머니랑 살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20살 무렵에 독립했지만 할머니랑 산 세월이 무려 10년이 넘는다.
한 번쯤은 그때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때의 혼란스러웠던 나와 아팠던 나, 그리고 말하지 못한 깊은 슬픔에 대하여....
다는 못써도 적어도 9살의 나는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에 어제 첫 글을 썼는데...
생각지 못한 것들을 발견했다.
아들을 잃은 할머니의 심정을 몰랐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른이니까 나만큼은 아니겠지 하는 그런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오롯이 날 위해 써야지 했는데 어느새 나는 할머니의 슬픔을 쓰고 있었고 아들잃은 딸의 슬픔을 바라보는 증조할머니까지 언급하고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글에 내가 쓰고 내가 놀랐다.
내 슬픔이 너무 커 보여서 다른 사람 슬픔은 안중에도 없었는데 처음으로 할머니의 처지를 헤아리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장대 같은 장남을 잃은 것도 모자라 아픈 남편과 손녀딸까지 데리고 친청부모님 곁으로 들어가 살게 된 오십 대 초반의 가난했던 우리 할머니...
그때 그 심정이 어떠했는지 나는 이제야 겨우 헤아려 보려 한다.
그러나 그것 또한 짐작일 뿐 그 상황에 놓여본 적 없는 내가 어찌 다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먹먹해진 가슴으로 할머니를 떠올리며 잠시 아파할 뿐이다.
글은 써봐야 안다. 아무리 머릿속에 명료하게 그려진다 해도 써보면 또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이다. 잘 쓰든 못 쓰든 글을 쓴다는 건 쓰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알게 해 준다.
이거면 충분하다. 내가 글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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