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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Jul 29. 2023

아홉 살 인생 2

감당하지 못할 슬픔은 때로는 아픔이 되어....


그렇게 할머니와의 삶이 시작되었다.

학교 가는 길은 너무 멀고 험해서 매일 아침 할머니가 데려다주었다. 때로는 할머니 등에 업혀서 가기도 했다.


새로 전학 간 학교는 예전 학교에 비해서 학생 수가 엄청 많아 보였다. 나는 2학년 2반이 되었다.

서른 명 남짓한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인사를 받으며 전학생으로서의 생활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반장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최영탁이라고 하는 그 아이를 친구들은 암탉, 수탉, 영탁이라는 긴 별명을 지어서 불렀지만 정작 본인은 크게 개의치 않아 했다.

생각보다 털털하고 순둥이 같은 짝꿍과 친절한 선생님 덕분에 학교 생활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도시락을 먹고 짧은 오후 수업이 끝나면  그때부터 아이들은 긴긴 여름해가 지도록 천방지축 뛰여 놀기 바빴다.

집이 먼 나는 같은 동네에 사는 상급생언니 몇 명과 동급생 몇 명과 함께 귀갓길에 올랐다.

그들은 싸가지고 간 도시락을 점심시간에 먹지 않고 남겨놨다가  하굣길에서 까먹으며 쉬염쉬염 가곤 했다. 강을 만나면 물놀이를 하고 논을 만나면 개구리 잡는다며 이리저리 뛰여 다니기 바빴다.

온 천지가 그들의 놀이터라 한눈팔며 가기에 딱 좋은 나는 탐험코스 같은 그 여정에 나는 그들을 바라보는 구경꾼 같은 존재로 꾸역꾸역 따라다녔다.

그렇게 그들의 뒤를 쫓다가 집에 도착하면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곯아떨어지기 바쁘고 아침이면 먼 등굣길로 인해 지각이라도 할세라 새벽밥 먹고 할머니 손에 이끌려 학교 가기 바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긴 잠에 빠져들었다.

할머니가 깨우는 소리에도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물 먹은 솜처럼 몸이 천근만근, 눈꺼풀은 또 왜 그리 무거운지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

잠만 자고 싶었다. 말할 기운도 없는데 자꾸 누군가 나를 귀찮게 했다.

이마에 차가운 것이 얹혀지고 손목을 잡고 맥을 짚는 것 같기도 한데...

나는 너무 귀찮아서 그만 좀 귀찮게 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할 기운조차 없는 건지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자꾸만 눈물이 났다.

소리 내어 울 기운도 없는데 말이다.


그러다 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계속)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그리움 #슬픔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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