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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Jul 30. 2023

계란프라이에 소금도 안 뿌리는 여자

그녀의 남편이 되어보았다




퇴근해서 집에 왔더니 아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부침개를 부치고 있었다.


"날도 더운데 웬 부침개?"


"그러게 말이야.. 미쳤나 봐."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해서 시작한 일이 마무리할 때쯤엔 덥고 짜증 났나 보다. 한계에 다다른 목소리인 듯했지만 다행히 기분은 썩 나 빠보이지 않는다.

매운걸 잘 못 먹는 둘째의 입맛에 맞춘 순한 야채부침개와 김치전을 사이에 두고 네 식구가 모여 앉았다.


나는 습관처럼 잔에 소주를 따라 한 입에 털어 넣고 김치전을 베어 물었다. 바삭한 맛이 살짝 부족하지만 고소하고 매콤하니 나름 먹을만했다.


"당신 참...  밥 먹어야 하는 건가? 부침개로는 부족하지?"


아내가 물었다.


"어.. 아무래도." 나는 간단히 대꾸하고 아내는 일어나서 냉장고 문을 열고 뒤적거린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 걸 보니 찌게거리가 영 마땅치 않은가 보다.


"여보, 그냥 있는 반찬에 프라이해서 간단히 먹음 안될까?"

아니나 다를까 아내가 미안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래. 있는 대로 줘."


잠시 후, 아내는 밑반찬과 젓갈과 밥을 차려냈다. 반숙을 좋아하는 내 입맛을 고려해 계란도 두 개나 부쳐왔다.

먹음직스러운 계란을 밥 위에 얹어서 한 입 딱 먹었는데 역시나 싱겁다.


"프라이에 간 안 했어?"


"나 원래 프라이에 간 안 하잖아. 계란만 먹는 것도 아니고 다른 반찬도 있는데 굳이 계란까지 간을 해야 해?"


새삼스럽게 왜 그러느냐는 아내의 말투에 살짝 짜증이 나려 한다.


"아니.. 이 사람아, 프라이는 원래 간을 좀 해야 더 맛있는 법이야."


"아. 네네.. 다음번엔 짭조름하게 해 드릴게요."


'짭조름'에 강한 악센트를 넣어 아내가 대답을 했다.


우리의 대화는 여기에서 끊겼다.

"경이로운 소문 2"를 본다며 복닥복닥 두 아이 아내는 수선을 떨고 나는 남은 소주 한잔을 마저 비우고 방으로 들어왔다.






학교 컴퓨터 강사로 일하게 되었다고  호들갑을 떨며 매일 학교에 나가 열성적으로 교육을 받던 아내가 어느 날부턴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집에서 컴퓨터 공부는 여전히 하고 있지만  머리 싸매고 공부하던 얼마 전 그 모습은 아니다. 방학특강 준비를 해야 한다며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던 게임 화면을(마인크래프트) 켜놓고

끙끙대며 게임을 교재로 익히던 그 모습도 사라졌다. 하도 힘들어해서 지나가는 말로

"정 힘들면 그만둬." 했는데 정말로 그만둔 걸까?

벌써 며칠째 학교에 나가는 기미가 없다.

차라리 그만둔 거면 좋겠다.



요즘 나는 사업 아이템을 구상 중에 있다.

곧 새로운 가게를 오픈할 예정이다. 

감당 못할 사업 벌이지 말고 월급쟁이가 되라는 평소 아내의 말이 일리는 있지만  그래도 월급쟁이보다는 자영업이 낫다는 생각에 또 일을 벌이고 말았다. 두 번째 사업은 나 혼자 스스로 헤쳐 나가야지 했는데 어느새 나는 또 슬며시  아내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차마 대놓고 부탁은 못하고 은근슬쩍 장난 삼아 말을 걸어보았지만 아내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학교 일을 그만둔 건 분명한데 나한테 얘기하지 않는 이유도 아마 그래서일 거다.



 아내 나와 함께 일하는 것을 원치 않는.

지난 몇 년간 장사하면서 말도 못 하게 고생시켰다. 몸고생 마음고생이 오죽했으면 늘 순종적이던 사람이 가게를 뛰쳐나갔을까 싶다. 두 번 다시 어떠한 일에도 자신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었다. 그렇게 전업주부를 선언한 아내는 지난 1년간 부지런히 배우고  글 쓰며 오랜만에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모습을 바라보는 나도 즐거웠는데...



가슴이 답답해온다.

하고 싶은 말을 숨긴 채 오늘도 서로 엉뚱한 얘기만 주고받았다. 계란 프라이에 소금이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닌 뻔한 속내를 우린 서로 모른 체할 뿐이고  너무 모른 체 시치미를 떼는 아내가 나는 조금 서운할 뿐이다.



남편의 시선인 듯, 아닌 듯 그냥 한번 써본 글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동상이몽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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