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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Jul 31. 2023

아홉 살 인생 3


긴 잠에 빠져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장면들이 스쳐지나고

알 수 없는 슬픔에 목놓아 울다가 깨어..

또 한없이 울다 지쳐서 잠들고...

몇 날 며칠을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울다가 잠들기를 반복했다.


아빠가 그리 보고 싶은 것 같지도 않은데,

헤어진 엄마와 동생이 미치도록 그리운 것도 아닌데 왜 눈물이 끝도 없이 흐르는지 알 수 없었다.

가슴 한가운데가 구멍이 뚫린 것처럼 시리고 아팠다.


그렇게 3일 내내 혼수상태로 있었다고 한다.

4일째 되던 날 열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할머니 얼굴이었다. 며칠 사이 할머니는 부쩍 늙어 보였다.


"정신이 좀 들어?"


할머니 목소리에 또다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만 울어 힘 빠져.."


증조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미 내 의지로 멈출 수 있는 눈물이 아니었다.

나의 끝도 없는 울음 앞에 어른들은 속수무책인 채로 그저 한숨만 내 쉴 뿐 내 울음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렸다.


내 등을 토닥이는 할머니의 손길과 어디선가 풍겨오는 은은한 한약냄새에 나는 문득 내 마음의 풍랑이 서서히 걷혀가고 있음을 느꼈다.


(계속)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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