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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Aug 04. 2023

매미소리가 슬프다

이 여름도 곧 가려나보다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데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하던 거 마저 하고 받아야지 했는데  벨소리 금세 그칠 기미를 안 보인다.

하는 수 없이 바지 뒷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어 확인했다. 엄마였다.

통화버튼을 누르고 어깨로 핸드폰을 지지한 채 분리수거를 하며 엄마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너 문자 확인을 안 하는 것 같아서 전화했어."


"문자? 무슨 문자?" 하는 순간 떠올랐다.



며칠 전 엄마는 유효기간이 지난 체크카드로 택시비를 결제하려다 승인거절을 경험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해서 택시기사로부터 카드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설명을 듣고도 무슨 얘긴지 몰라서 나에게 전화한 적이 있다.


카드가 유효기간이 다가오면 보통 카드사에서 자동으로 재발급해서 자택으로 보내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일단 설명을 해드려야 했다.  카드번호 아래에 보면 네 개의 숫자가 있는데 그 숫자를 읽어보시라고 했다.

07/23이라고 읽으셨다.

23년 7월까지가 유효기간이고 오늘이 8월 1일이니 결제가 안 되는 거라고 자세히 설명을 해드렸다. 엄마도 알았다며 그렇게 통화를 끝냈는데...


어제 문자가 왔다.

"택시기사가 카드를 어떻게 한건 아니겠지?"

답장을 하려다 말았다.

이제 이런 질문에 답해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답장을 안 보냄으로써 엄마가 알아채길 바랐다. 얘가 대꾸조차 안 하는 걸 보니 내가 또 이상한 얘길 했구나... 그러면서 넘어가길 바랐는데..


결국 기어이 전화를 하신 거다.


"얘, 그 택시기사 말인데 내 카드로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지?"


한숨이 나왔다.

택시기사는 단지 결제창에 승인거절로 뜨니 카드를 확인하고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알려준 것뿐인데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연세가 드셔서 이런 거면 울 엄마도 이제 늙었구나 하면서 안쓰러움이라도 생길 텐데..

정말이지 엄마의 이런 끝도 없는 의심과 말도 안 되는 상상, 사람을 기함시키는 혼자만의 측 이런 것에 넌덜머리가 난다. 

예전처럼 엄마가 안심이 될 때까지 친절하게 반복해서 확인시켜 주고 설득하고 설명하는 거 더 이상은 못할 것 같다.


"엄마, 카드 유효기간 지났잖아. 그래서 그날 택시비도 결제  된거고. 카드로 택시기사가 뭘 하겠어? 그리고 카드는 엄마한테 있는데.  만약에 뭘 한다 쳐도 알림 메시지가 엄마한테로 오는 거 아냐?"


"그지. 나한테로 문자 오지. 근데 너희들도 이런 일 겪어봤어?"


그래도 불안하신 거다.


"당연하지. 카드는 다 유효기간이라는 게 있어서 영원히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재발급 받아가면서 쓰는거니까 엄마도 쉬는날 은행에 가서 재발급 신청을 해야 해. "


"근데도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


"하... 참..."


곱지 않은 내 말투에 잠시 정적이 흐르고


"그래.. 알았다."


잔뜩 서운한 목소리로 엄마는 전화를 끊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하라고 그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런 말은 안 나오려나 보다.

나는 늘 누군가를 끊임없이 안심시키고 편안하게 해주는 존재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작 나의 불안함은 아무도 알려하지 않는데.



분리수거를 마치고 잠시 벤치에 앉았다.

매미 소리가 극성스럽게 울리다가  뚝 그쳐지길 여러 차례...

그 소리에 멍하니 귀 기울여본다.

가슴이 텅 비어버린 것 같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불안 #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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