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게에 다녀왔다.
작년 봄에 일 그만두고 나서 두 번째로 와본다.
마늘 고추 작업한걸 냉장고에 넣어놓고 불 꺼진 가게를 이리저리 둘러봤다.
모두가 퇴근하고 난 뒤라 그런가 횅하니 조금은 쓸쓸하다.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6년을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일했다. 이곳에서.
끝까지 지켜내지 못하고 떠나온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남편이라도 오래 지켜주길 바랐건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이 사람 저 사람 손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어가고 있는 듯한 이 조그마한 가게가 나는 왜 이리 가슴이 아픈 걸까..?
떠날 땐 언제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긴 침묵을 깨고 남편이 말했다.
"곧 인수인계도 해야 하고 당신도 이제 슬슬 나와서 일 배워야지."
"......"
벌여놓은 일 수습도 못한 채 남편은 또 일을 벌였다.
도워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은 하고 있었지만 아직 나는 그의 두 번째 사업에 대해 어떤 입장도 말한 바 없다.
그런데 어느샌가 나는 벌써 그 가게에 나가서 일해야 할 사람이 돼버렸다.
"무슨 말이든 좀 해봐."
아무 대꾸가 없자 남편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무슨 말? 선택의 여지가 있긴 해?"
"그럼.. 마지못해 한다는 거잖아?"
남편의 물음에 더 이상 대꾸를 안한채 입을 다물어버렸다.
대화 같지 않은 대화에 화가 났다.
머릿속에, 가슴속에 할 말이 태산인데 나는 왜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할 말을 제대로 못 하는지 모르겠다.
늘 이런 식이지..
내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아서 상대방을 모호하게 만드는 거.
싫으면 싫다고 똑 부러지게 말을 해야 하는데 그 싫다는 거절의사를 차마 미안해서 제대로 못하니 남편은 그것이... 썩 내키지 않지만 뭐 반대의사는 아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머릿속으로 수없이 많은 시나리오를 쓰고 대사를 읊조리고 그러면 뭐 하냐고?
제대로 된 의사표현을 못하는데...
너는 또 그렇게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원치 않은 선택을 하고 한동안 죽은 듯이 살겠지.
어쩔 수 없었노라고.
지난 1년간 그토록 목이 터지도록 독립을 외쳤건만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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