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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Aug 09. 2023

금식 2일 차

금식 2일 차...


1시에 잠들어서 5시 반에 눈이 떠졌다.

허기지고 힘들긴 한데 기분은 괜찮다.

브런치 밀린 글들을 주욱 훑어보는데 역시나 음식 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원초적인 느낌이 훅 느껴진다.

세상에 맛없는 음식이 있을까 싶은... 어묵과자도 맛있을 테고 수박주스도 들이키고 싶고...

하긴 어젯밤 너무 허기져서 먹었던 히말라야 핑크소금도 맛있었으니 뭔들 맛없겠는가.


제왕절개수술을 하고 나서 첫날, 물도 못 마시고 바짝바짝 타오르는 입술을 침으로 적실 때 생각이 난다. 눈앞에 온갖 먹을 것들이 춤을 추고 물이라도 실컷 마시고 싶었던 그 간절함이 떠오른다.

그래... 물이라도 마실 수 있다는 게 어디냐.

일어나서 물 좀 마셔야지 하면서도 몸에 기운이 없어서 인가 생각처럼 행동이 빠르게 이어지지 않는다.

뭉그적대고 있는데 옆에서 자고 있던 딸아이 발이 훅하고 코앞으로 들어온다.

잠을 얼마나 험하게 자는지 녀석의 힘찬 발길질에 얻어맞은 게 벌써 한두 번이 아니다.

가만히 녀석의 발을 들여다보니 아기 때 희미하게 보았던 발바닥 점이 아직 그대로인 게 신기하기도 하고 뜬금없이 눈물이 나오려 한다.


어젯밤 잠들면서 녀석이 그랬다.


"엄마, 이제 집 나가지 마. 난 오빠랑 싸워도 집 안 나가잖아. 왜 엄마가 나가냐고. 나가도 아빠가 나가야지."


하루종일 엄마한테 화났던 마음을 그렇게 아이는 표현했다. 미안해서 껴안아주려는데


"근데 엄마 왜 금식해? 엄마 수술해?"


예상치 못한 아이의 질문이 이어졌다.


"어..? 어... 엄마 생각들을 수술하려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대답을 했더니 녀석이 대뜸 내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으며 말했다.


"엄마의 생각수술은 내가 해줄 거야. 그러니까 금식 안 해도 돼."


아이를 껴안고 잠 울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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