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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Aug 10. 2023

금식 3일 차

오래된 슬픔이 내게 말했다

금식 3일 차


오늘도 어김없이 5시 조금 넘어서 눈이 떠졌다.

어제 2일 차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환희에 찬 느낌이었다면 3일 차인 오늘은 오롯이 슬픔만 남겨진 느낌이다. 많은 것에 가려져서 모호했던 것이 아주 선명하게, 맑고 투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듯하다.


이제야 비로소 나를 마주했다.

가장 깊은 곳에 숨어있던 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슬픈 얼굴을 본 적이 또 있을까.

어떻게 이런 나를 외면하고  살 수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꺼이꺼이 목놓아 울어봐도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 앞에 나는 속수무책이다.


그 슬픔은 내게 말한다.

네가 지금 슬프다고? 얼마큼? 겨우 눈물 몇 방울 흘리고? 내 주변을 맴돌며 어찌할 바를 몰라할 뿐 그 슬픔 속으로 풍덩 발이라도 담가봤냐고?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기나 하냐고?


그제야 나는 펑펑 울며 조심스레 발 하나를 담그고 나머지 발 하나도 마저 담가본다.

순간 몸이 휘청하더니 알 수 없는 깊은 곳으로 끝없이 빨려 들어간다.

가도 가도 끝은 안 보이고 온몸의 수분과 에너지가 쫙 빠져나가는듯한 느낌에 기진맥진해진 몸이 너덜너덜 휘청거린다. 알수 없는 거대한 슬픔앞에 눈물은 멈추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까마득히 정신을 잃을 것 같다.


"널 외면한 시간들이야. 그 시간 동안 쌓인 서러움이 켜켜이 쌓여 깊은 강이 되었고 이제는 그 바닥조차 나는 가늠할 수 없게 되었어."



이제 나는 어떡하면 되냐고 물었다.



"그건 나보다는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너 자신과 멀어질수록 넌 슬퍼질 것이고 그걸 외면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게 네가 원하는 거라면 계속 그렇게 사는 게 맞는 것일 테고.


진정 널 위한 삶을 사는 것이 누군가를 슬프게 하는 거라면, 그래서 그것이 또 널 슬프게 하는 거라면 나도 더 이상 너에게 할 말은 없단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네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누구의 기쁨이 되기 위한 건 아니라는 것! 네 스스로가 너의 기쁨이 되지 못하면서 누군가의 기쁨으로 오로지 존재한다는 게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묻고 싶다. "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머리만 주억거리는 내게 슬픔이 한마디 덧붙였다.


"용기가 필요하겠구나!"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오래된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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