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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Sep 03. 2023

양꼬치엔 하얼빈


늦은 퇴근하고 집 근처 새로 생긴 양꼬치집에 갔다.

겉으로 봤을 땐 그리 눈에 띄는 가게가 아니었는데 실내로 들어서니 새로 오픈한 집답게 상콤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제법 맘에 들었다.


밤늦은 시간임에도 군데군데 술꾼들이 탁자 위에 술병을 즐비하게 늘어놓은 채 열 논쟁을 펼치고 있었다.


적당히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으니 직원분이 총총걸음으로 주문받으러 왔다.

약간 빠른 걸음걸이의 펭귄처럼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저희 마라양꼬치랑 경장육슬 하나, 소주 하나 맥주 하나 주세요."


남편이 주문을 하 직원은 다시 총총걸음으로 주방 쪽을 향하더니 중국어로 주문을 외친다.

잠시 후 밑반찬을 쟁반에 들고 와서 세팅을 하는 그녀, 걸음걸이처럼 귀여운 얼굴에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이.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그녀는 그러고 보니  가게 주인처럼 보였다.


조금 뒤 숯불 들고 남자분이 등장하고  그 뒤를 이어  60대로 보이는 여자분이 양꼬치를 서빙해 주신다. 여사장의  친정엄마인듯하다.


숯불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양꼬치를 바라보면서도 시선은 자꾸만  가게 주인 가족의 움직임을 향한다.

눈썹 휘날리며 홀을 누비는 그들에겐 오늘이 어떤 하루였을까... 그들에게도 트러블 존재할....

다정해 보이는 그들의 얼굴에 설렘과 열정이 엿보인다.







남편이 경장육슬을 싸서 건네며 맥주를 권한다.


"자! 오늘도 고생했어."


얼마 만에 마셔보는 하얼빈인지.... 시원하게 잔을 비우고 한 입 가득 경장육슬을 씹으니 그래, 이 맛이지! 이제 좀 살 것 같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양꼬치를 내 앞으로 쓱 돌려 차례로 줄을 세우며 남편이 그런다.


"따뜻할 때 먹어. 식으면 맛없어."




우리는 열심히 허기진 배를 채웠다.

양꼬치에 하얼빈 그리고 경장육슬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렸다.


그래, 먹을 땐 열심히 먹자고.


고단했던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양꼬치 #하얼빈 #경장육슬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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