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어제 테이블오더를 설치했다.
쉽고 편하게 일하기 위한 선택인데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조금 험난했다.
일단 오더에 들어갈 음식사진을 일일이 직접 찍어야 했다. 성일작가님의 사진수업을 수강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한편으로 안도하면서도 음식사진에 유난히 자신이 없었던 터라 조금 부담되기도 했다.
매일 두세 가지 메뉴를 만들어서 수도 없이 찍고 삭제하고를 반복했다. 마음에 쏙 들진 않아도 어찌어찌 음식사진은 찍었는데 문제는 주류 사진이었다. 술병은 어떻게 찍어도 맘에 들지 않아 결국 업체에 이미지를 의뢰하게 되었다.
진즉에 할걸 괜히 힘만 뺐다.
사진작업이 끝났다고 해서 다 끝난 게 아니었다.
보다 편하게 사용하기 위해선 별도의 세팅이 필요했고 끊임없이 기술지원팀과 소통해야 했다.
괜히 설치했나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모든 작업을 마치고 나니 편하긴 정말 편했다.
몇몇 나이 드신 분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손님들은 신기해하기도 하고 은근히 반기는 눈치다. 이미 클릭과 터치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주문과 결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을 굉장히 편안하게 받아들이는듯했다.
다만 현금결제를 주로 이용하는 어르신의 경우 선결제에 대한 거부반응이 조금 있어서 그분들만큼은 기존 방식대로 주문을 받고,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계산을 할 수 있게 도와드렸다.
아무튼 테이블오더의 등장으로 나는 한결 여유로워졌고 조만간 아르바이트생도 온다니까 그때 되면 내가 있을 자리는 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이 모든 건 나를 주방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남편의 큰 그림일 수도 있다는 예감....
불길한 예감은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다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이길 바래본다.
귀엽고 똑똑한 나의 조력자--
테이블오더~~
네가 나에게 온건 득일까 실일까? ㅎㅎ
#테이블오더 #자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