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비번 누르는 소리가 잠결에 희미하게 들려온다.
새벽까지 일한 남편이 이제야 돌아왔나 보다.
새벽 두 시 반은 됐겠지.
부스럭부스럭 소주병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고 소주잔을 챙기러 주방 쪽을 향하는 그의 발걸음소리에 나도 몰래 귀 기울인다.
밥통을 열어 밥을 푸고 소주잔을 챙겨 들고 다시 식탁에 마주 앉은 남편은 손을 뻗어 리모컨부터 집는다.
이어서 들려오는 티브이소리와
식탁에 차려진 반찬통 뚜껑을 여는 소리,
쫄쫄쫄 소주 따르는 소리...
한 모금 얼른 입에 털어놓고 안주인지 밑반찬인지 모를 그것들을 향한 젓가락질소리가 차례로 들려온다.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시간일 테지.
쓰러져 자고 싶은 고단한 몸은 술 한잔으로 지탱하고 몽롱해진 눈빛은 브라운관속에서 사정없이 흔들리겠지만.
.......
부스럭부스럭 소리에 얕게 들었던 잠이 깬다.
어느새 방으로 들어온 남편이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가려나보다.
지지직...
파스인지 반창고인지를 떼여내는 소리다.
문득 남편 발목 뒤쪽에 붙어있던 길쭉한 파스가 떠올랐다. 발목을 삔 걸까? 상처가 난 걸까?
화장실문이 열렸다 닫히고 샤워기 물소리가 쏴-하고 들려올 때쯤,
그제야 나는 남편 발목 상처에 대해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컴컴한 어둠 속에서 깨닫는다.
필요에 의한 말조차 버겁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날들이다.
#산다는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