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집 뒤뜰에 심어져 있는 사과나무다.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키가 크고 몸집이 커지더니 건너편 집 텃밭으로 가지가 점점 뻗어나갔다.
가을이 되어 주렁주렁 열린 사과는 담을 넘어 건너 집 텃밭에까지 드리워졌다.
초록 빛깔의 사과가 점점 불그스름하게 익어가자 건너편 집 여자아이는 매일 나를 찾아왔다.
"사과가 점점 빨개지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고는 아쉬운 듯 자리를 뜨며 텃밭에 있는 오이 한 개 따서 오물오물 먹으며 눈은 나에게서 떼지 못한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아이는 매일 왔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얘야, 너 키에 닿는 거 하나 따먹으렴!"
"아니에요. 우리 집 것이 아니라서
따먹으면 안 된댔어요 할머니가요.."
그러면서 아이는 쪼르르 집으로 뛰여 들어갔다.
그 뒤 며칠 동안 여자아이는 보이지 않았고 나는 조금 쓸쓸해졌다.
그러는 사이 주인집 여자는 열심히 사과를 따갔고 나는 필사적으로 건너편 집에 드리운 사과를 더 깊이 늘어뜨렸다. 주인집 여자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며칠이나 지난 건지 드디어 여자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깡충깡충 뛰어오는 여자아이를 보자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하더니 아이가 내 앞에 왔을 때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사과 한 알 톡 떨어뜨리고 말았다.
"어.." 여자아이는 사과를 주우려고 허리를 굽혔고 나는 주책없이 사과 한 알을 또 떨어뜨렸다.
사과 두 알 양손에 가득 잡고 잠깐 머뭇거리던 여자아이는 할머니를 부르며 달려갔다.
"할머니, 사과가 두 개나 바닥에 떨어졌어요!!!"
나는 흐뭇하게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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