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가까이 공사가 이어지는 동안 우리의 불편함도 함께 시작되었다. 참새 방앗간 드나들듯 하루 두 번 꼬박꼬박 출석체크를 하던 남편의 불편함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아침에 출근할 때 담배 한 갑, 저녁에 퇴근하고 소주 한 병...
습관처럼 들르던 가게가 없어지니 불편함도 불편함이지만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밀려왔다. 늘 12시까지 환하게 불이 켜져 있던 자리에 어둠만 짙게 깔린 빈 공간은 쓸쓸함마저 느껴졌다.
집에 있던 차림으로 급하게 대파 한 단, 콩나물 한 봉지 사들고 오기에 참 좋았는데...
가끔 출근길에 슈퍼 사장님이 건네주는 커피 한 잔과 장사 대박나라는 응원의 메시지까지...
퇴근길에 남편이랑 들르면 낮 동안 우리 아이들이 슈퍼에서 뭘 사갔는지부터 시작해서 소소하게 나누었던 일상 얘기들....
공사가 이어지는 내내 슈퍼가 그리웠다.
그러던 어느 날, 학원 끝나고 집에 돌아온 큰아이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집 앞 슈퍼 자리에 편의점이 생겼어요!"
"오... 진짜?"
"네. 대박이죠 엄마?"
반가운 마음에 현관문을 열고 내려다보니 아닌 게 아니라 편의점 간판이 큼지막하게 붙어있었다.
이틀 후 개업이라고 했다.
괜히 설레었다.
오래된 가게에 대한 약간의 상실감으로 허전했던 마음에 반짝하고 불이 켜지는 듯했다.
편의점 오픈한 지도 벌써 두 달 즈음된 것 같다. 남편은 예전처럼 열심히 아침저녁으로 출석체크를 하고 있고 아들은 라면과 샌드위치가 먹고 싶은 날 편의점을 간다.
나는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한 번씩 들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여느 편의점과는 다르게 주인 부부나 아르바이트생 모두가 정말 친절하다. 넓지 않은 공간에 빽빽하게 채워져 잘 정돈된 물건들은 내 마음마저 충만하게 만든다. 다른 편의점에 비해 야채 종류나 식재료 종류가 많은 점도 참 좋다.
24시간 불 켜진 편의점은 오늘도 아파트 입구를 환히 밝히고 있다.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책이 불현듯 떠오르며 마음이 포근해진다. 누군가에겐 힘든 삶의 현장이 누군가에겐 따뜻한 위로와 희망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