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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Feb 13. 2023

고향의 봄

나에게 봄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가만히 동요를 읊조리다 보면 고향이 그리워진다. 덩달아 어린 시절의 봄이 떠오른다.


언제나 그렇듯 설을 쇠고 정월대보름이 지나면 시골의 이른 봄은 어김없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겨우내 포근하게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시골길 구석구석 질척대지 않는 데가 없었다. 마른땅 구경하기가 어려워 늘 발끝으로 조금이나마 덜 질척대는 곳을 골라 딛느라 신경을 곤두세웠다. 신발에 진흙이 엉겨 붙는 것도 싫었지만 겨우내 평온했던 시골 동네가 농사 채비로 분주해지는 게 더 싫었다. 어딜 가나 부산스러웠고 어딜 가나 소란스러웠다.

생기로 가득한 봄의 풍경이 싫었다.

일 년 중 나의 우울이 가장 깊어가는 시기였다.

질척대던 땅이 적당히 뽀송해질 때쯤 나는 비로소 그 우울에서 조금씩 헤어 나올 수 있었다.

그때 땅의 촉감은 적당히 잘 치댄 밀가루 반죽처럼 폭신폭신했다. 그 길을 걸으며 조금씩 봄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봄에 완전히 적응할 때쯤 여름이 왔다.

봄은 언제나 그렇게 힘겹게 지나갔다.




유난히 눈이 많이 왔던 지난겨울, 아파트 놀이터에 눈이 가득 쌓였었다. 그러나 날씨가 풀리기 무섭게 쌓여있던 눈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며칠 전 산책하다 우연히 밟은 흙바닥의 감촉이 어린 시절 봄날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가슴 한편이 아릿해왔다.


이제야 알겠다.


왜 봄이면 그렇게 아프고 힘들었는지....


9살 이른 봄 아빠를 잃은 아이에게 봄은 더 이상 봄이 아니었을 것이다. 먹구름으로 가득한 마음은 철부지 아이 같은 봄의 생기발랄함이 거북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아이에겐 겨울과 봄 사이에 또 하나의 계절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뒤늦게야 그 마음을 헤아려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의 봄이 그립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고향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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