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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Feb 12. 2023

밥 하러 가는중입니다

밥이 먼저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1층 북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것!

매일같이 도서관에 오는 건 아니지만 올 때마다 습관처럼 하는 일이다. 기다리는 동안 실내에 전시된 미술작품을 두루두루 감상하기도 하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이 공간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북카페 겸 한뼘 미술관으로 볼거리가 쏠쏠한 이 공간이 참 좋다.


오늘은 녹차라떼다. 막 나온 따끈따끈한 라떼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가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해 본다. 검색하는 족족 대출 중으로 뜬다. 어쩔 수 없이  3층 열람실로 올라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따뜻한 라떼 한 모금에 행복하다.

고요한 이 공간에 오기 위해 귀찮지만 씻고 몸을 움직여 20여분 거리를 걸어서 오길 참 잘한 것 같다.

집에서 가져온 책을 펼쳐놓고 읽기 시작했다.

집에서 읽을 때보다 확실히 읽는 속도가 다르다.

한 시간 동안 꽤 많은 분량을 읽었다.

이 속도대로라면 하루에 책 한 권 거뜬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읽을거리가 없어서 책에 늘 허기지고 목말랐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돌아가 책을 산처럼 쌓아주는 상상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책들을 얼마나 게걸스럽게 읽어치우는지, 그것이 그 아이에게 어떤 놀라운 성장을 이끌어내는지 지켜보고 싶다는 엉뚱한 생도 해본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책을 좋아하지만 그렇게 폭발적으로 책이 읽히지도 않고 밤새워가며 읽지도 않는다. 다만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지금의 내가 누리는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결핍으로 가득 찼던 그 시절을 지금이라도 돌아볼 수 있어서 감격스럽다. 이제라도 채워줄 수 있는 결핍이 있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도 없을 것이다.

것을  발견하기 위해 오늘도 나는 책속에서 무아지경이다.


"엄마, 배고파요."

아들의 문자메시지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밖이 어둑어둑해졌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책도 좋고 도서관도 좋지만 하루 세끼 가족의 식사준비에서 아직은 자유로울 수 없는 40대 전업주부다. 부랴부랴 발걸음을 재촉한다.


도서관 가는 길은 여유롭지만 밥 하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바쁘다. 그래도 마음 한편은 뿌듯하니 참 좋다.

책을 읽고 글을 쓸수 있는 하루여서 만족스럽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도서관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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