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떨리게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티도 못 내고 살았던.... 어쩌면 짝사랑과도 비슷한 그것에 대해 말이다.
학창 시절 내가 제일 좋아했던 수업은 음악시간이었다. 시골학교 음악수업은 단순했다. 간혹 명곡감상이나 음악거장들에 대한 소개말고는 별다른 이론수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부분노래를 배우거나 부르는 게 다였는데 솔직히 나는 그게 좋았다.. 선생님은 항상 나를 지목해서 노래를 부르게 했고 못 이기는 척 내숭을 떨며 노래 부를 때의 그 떨림이 아직도 생생하다. 고요한 교실에 울려 퍼지는 내 목소리에 모두가 숨죽여 귀 기울이는 그 순간이 미치도록 짜릿했다.
아무도 몰래 가수의 꿈을 키웠다.
내가 무대에 서는 상상을 수없이 하면서.
노래 하나 완벽하게 마스타 하기 위해 노래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고 식구들이 외출하고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노래연습을 했다.
학교 음악수업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두근거림과 설렘을 티 내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선생님과 친구들의 칭찬에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아도 단 한 번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속시원히 말도 못 했는데 어느 날 나의 꿈이 사치라는걸 깨달았다. 그 꿈을 고이 접어서 가슴 깊숙이 꼭꼭 숨긴 채 꽤 오랫동안 혼자 가슴앓이를 했다.
어른이 되어 취직을 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나는 가끔 노래방에 다녔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 부르면 내가 비로소 살아 숨 쉬는 것 같아서 좋았다.그러나 그렇게 한두 시간 즐기다 집에 오면 이상하게 가슴이 아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