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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Feb 21. 2023

여행 중입니다 1

2년 만의 가족여행

2년 만의 가족여행이다.

코로나를 겪는 동안 여행은 둘째치고 제대로 된 외식 한번 하기 힘들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아이들은 외식보다는 집에서 배달시켜 먹는 것을 선호하고 나들이보다는 편하게 집에서 쉬는걸 더 좋아했다. 그런 녀석들을 데리고 2년 만에 가족여행을 간다는 건 생각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이었다.


"얘들아, 우리 담주에 2박 3일로 여행 갈 건데 너희들 혹시 가고 싶은 곳 없어?"


"나 여행 싫은데..."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딸아이는 1초의 고민도 없이 이렇게 말해버렸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당연히 반길 줄 알았는데 예상밖의 반응에 떨떠름하다.

"왜 싫은데? 너 놀러 다니는 거 좋아하잖아?"

"멀미 나서 힘들어. 그리고 학원 빠지면 진도 밀려서 짜증난 단 말이야."

덩치는 나보다 큰 녀석이 혀 짧은 소리로 앵앵거리며 학원 걱정하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약간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서 진짜 안 갈 거야?"


"몰라...."



"지민이 안 가면 저도 안 갈래요."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큰애가 얘기했다.

"헐... 니들 진짜..."

"엄마랑 아빠 두 분이 다녀오시는 것도 괜찮을 텐데요."


​여행을 너무 오랫동안 안 갔더니 애들이 여행의 재미를 잊어버렸나 보다. 목적지도 정하지 못한 채 애들과의 대화는 그날 그렇게 끝나버렸다.


그러나 포기하기는 아직 이르지.

틈 나는 대로 나는 한 번씩 쿡쿡 아이들을 찔러댔다.

"얘들아, 여수는 어때? "

"여수 좋죠~여수 밤바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두 녀석은 합창을 하며 '여수 밤바다'를 무한반복했다.


"그럼 우리 여수로 놀러 갈까?"


"아니. 난 놀이공원 가고 싶은데..."

딸아이가 태클을 걸어오고

"놀이공원은 내가 싫어. "

놀이기구를 못 타는 큰애가 반박을 했다.


....


​밥 한 끼 먹으려고 해도 서로 입맛이 다 달라서 여간만 곤혹스러운 게 아닌데 오랜만의 여행은 말해 무엇하랴. 애들이 커갈수록 수월한 면도 있지만 반면에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있는 건 분명하다.


​결국 나는 내 의견대로 여수에 숙소를 예약했다.

막상 결정하고 나니 녀석들은 조용하다. 숙소 사진을 보여주고 침대가 세 개인걸 확인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두 녀석은 좋아라 난리법석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2년 만에 어렵게 가족여행을 오게 되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가족여행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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