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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Feb 23. 2023

여행 중입니다 3

우리 여행에는 스케줄이 없다


다음날 아침, 아이들의 성화로 조식을 먹기 위해 부지런을 떨어봤지만 우리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왜 그리 많은지... 대기인원을 확인하고 발길을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서운해하는 아이들에게는 내일 아침 조식을 먹기 위해서 몇 시에 일어날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아침을 먹기 위해서 밖으로 나가야 했다. 나가는 길에 1층 프런트에 들러 크루즈 예약을 하려고 문의했더니 선박 점검으로 인해 이번 주 내내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럴수가ㅠㅠ​​


여수 밤바다의 낭만은 그렇게 저 멀리 사라졌다.



아침부터 두 번이나 거절을 당하고 나니 맥 빠진다. 밥이라도 맛있는 걸 먹어야지 하고 식당을 찾아보지만 눈에 보이는 간판은 죄다 돌문어 해물 삼합과 갈치조림 아니면 게장뿐이었다.

문어삼합은 전날 이미 먹어본 메뉴라 두 번 연속 먹을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아서 패스~~

갈치조림과 게장은 아이들이 질색팔색을 하니 갈만한 데가 없었다. 그 흔한 분식집조차 보이지 않았다. 꼭 눈에 뭐가 씐 듯이 세 가지 메뉴의 간판만 번갈아가며 보였다.

맛집 검색을 해봐도 거의 비슷한 메뉴에 영업 전인 가게가 대부분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게장 집으로 가기로 했다.


​​

솔직히 식구 중 게장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먹기 불편하기도 하고 큰아이는 먹고 나면 가끔 입술이 따갑다고 할 때가 있을 뿐이다.

무조건 1인 1 메뉴라 꽃게장 3인분과 돌게장 1인분을 주문했다.



맛집답게 음식은 푸짐하고 맛이 좋았다. 게장은 짜지 않고 달큰하니 환상적인 맛이었지만 비닐장갑 끼고 아이들 살 발라주랴 내 배도 채우랴 즐거운 식사시간이 아니라 노동하는 기분이 들었다.


​밥 한 공기 뚝딱 먹고 난 아이들은 게장은 더 이상 쳐다보지도 않았다. 신나게 먹던 남편도 갑자기 이가 시원치 않다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먹다 남으면 싸가면 되지 하고 여유를 부렸더니 음식의 신선도 문제로 남은 게장은 포장이 안된다는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어쩔 수 없지... 내가 먹는 수밖에.


비싼 게장 남기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먹을 수 있을 만큼 먹어치웠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음식을 남기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글을 쓰는 지금 입에 침이 고인다.

앞으로 게장은 집에서만 먹는 걸로....


게장을 환장할 정도로 좋아해서 먹기 힘든 다리 살도 쏙쏙 빼먹을 수 있는아니라면 게장 집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우리 식구처럼 대충 먹을 거면 아예 게장 집 근처에도 가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그건 정말 돈 낭비하는 짓이니까.




비싼 돈 주고 힘든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여수 투어에 나섰다.

돌산공원에서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자산공원 탑승장에서 내려서 오동도로 향했다.




헐떡이며 걷던 오르막길에 보이던 시 한 편


추운 날씨에도 바닷바람 맞으며 줄지어 오동도 가는 사람들... 대단하다는 생각뿐이었다.

롱패딩 입은 사람들, 담요 걸치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돌아가는 길은 동백열차 타고 자산 탑승장으로 고고~~ 해상케이블 타고 다시 돌산공원으로!





아쿠아 플라넷에서 간단한 점심 식사를 하고 관람을 하고 나니 하루가 다 간 느낌이다.




둘째가 먹고 싶어 하던 딸기모찌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은 또 뭐 먹지???


어쨌든 굶지는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배를 채우고 남편과 아이들을 숙소로 보내고 나 홀로 1층 카페에서 티타임을 즐겼다.


여행 중 가장 충만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따뜻한 모과 차 한 잔에 짧지만 글 한 편을 완성하니 더없이 뿌듯하다.





크루즈를 못 탄 아쉬움을 「여수 밤바다」로 달래 본다. 그렇게 여행 둘째 날도 저물어갔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여행 #여수밤바다

#오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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