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하루 쉬었으니 어김없이 오늘은 가게 문을 열었다. 공지한 대로.
(알바생과 시어머니는 추석연휴로 하루 더 쉬기로 하고.)
직원 없이 남편과 둘이 하는 장사가 나쁘지 않다. 평소 넷이 하는 일을 둘이서 하니 쉴 틈 없이 바지런히 움직여야 하지만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평화롭다.
이른 시간부터 주문이 밀려와서 아침식사가 아점이 되었지만 아무렇지 않다. 식사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아들 배고플까 노심초사하는 시어머니의 종종거림을 안 보니 살 것 같다.
아점을 먹은 탓에 한 끼를 건너뛰었지만 신경 쓸 사람이 없어서 너무 좋다.
이대로 사람을 쓰지 않고 둘이서만 장사를 할 순 없을까 불쑥 그런 생각이 든다.
안될 것도 없지 싶으면서도 그러려면 과감히 행해야 할 것들이 많겠지.
이런저런 문제들, 치러야 할 어떤 대가들.
심사숙고해 봐야겠지만 여차하면 그렇게도 할 수 있을 거라는 한가닥 희망이 숨통을 조금 틔어주는 것 같다.
바쁜 시간이 지나고 잠시 숨을 고르는데
"힘들었지?"
하고 남편이 묻는다.
"아니, 전혀... 속 편하고 좋았어."
진심이었다.
"그나저나 당신이 힘들었겠네. 엄마가 없어서.."
어깨만 으쓱일 뿐 별말이 없는 남편,
뒷주방으로 들어가는 그의 등뒤에 대고 기어이 한마디를 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