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by 순임이



아빠,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연길공항에 도착했어.

사이판에서 옷을 나름 껴입고 왔는데도 역시나 중국의 겨울은 상상이상으로 추워.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막 찾아서 나왔어.

어, 보인다. 저기 할머니랑 삼촌 그리고 엄마?...

맞네. 엄마도 나왔네.

1년 9개월 만에 만나는 건데 되게 오랜만인 것 같아. 엄마는 내가 추울까 봐 롱코트를 챙겨 와서 입혀줬어. 포근하고 좋아.

그냥 엄마 따라 엄마 집에 가고 싶은데 차마 그럴 순 없고 할머니 따라 택시 타고 시골집 가는 중이야.

엄마 집엔 며칠 있다가 가기로 했어. 엄마가 시내에 사니까 치과 다니기도 편하고 여러모로 그게 나을 것 같아서.


다들 날 보고 살 빠졌다고 하는데 왜 안 그러겠어. 며칠 동안 쫄쫄 굶었는데. 기내식도 막 먹고 싶었는데 옆사람 의식돼서 못 먹었거든.

앞니 빠진 자리에 하얀 껌으로 나름 모양을 내서 대충 가려놓긴 했는데 그게 망가질까 봐서라도 아무것도 입에 넣을 수가 없었어.

환장할 노릇이지.

왜 자꾸 아까부터 웃어 아빠...ㅎㅎ

나는 눈물 나게 심각한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자꾸 웃더라.

근데 내가 봐도 웃기긴 해. 속상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암튼 오랜만에 온 시골집이 약간 낯설기도 하고 뭔가 어색한 거 같아.

삼촌은 결혼하고 나서 바로 분가했다고 하네.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 깔고 할머니 곁에 몸을 뉘었어. 포근하고 좋은데 왠지 여기가 내 집 같지가 않아 이제.

왜 그럴까?



두런두런 얘기하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잠이 들었나 봐 어느 결에.

코 고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오네.




아빠, 근데 있잖아. 이거 비밀인데...

내가 사이판에서 올 때 달러뭉치를 스타킹 속에 넣어서 가방에 잘 챙겨 갖고 왔거든.

지금 내 핸드백 속에 있는데 저걸 할머니한테 드려야 하는 거지?

할머니한테 효도하는 야무진 꿈을 여태 꾸고 살았는데 근데 왜 망설여지지 아빠?

어떻게 하고 싶냐고?

난... 저 돈...

엄마 주고 싶어. 아빠.



아빠는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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