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큰일 났어. 나 어떡해.
양치하다가 그만 앞니 두 개 브릿지 한 거 홀랑 빠져서 하수구 구멍으로 들어가 버렸어.
어떡해 아빠..
브릿지한 게 왜 그리 쉽게 빠지냐고?
그게 사실은 브릿지가 아니고 사이판 오기 전에 시골치과에서 임시로 땜빵해 준 거야.
초등학교 고학년 때쯤인가 앞니 사이가 살짝 썩기 시작하더니 그게 점점 부위가 커져서 눈에 거슬리더라고.
그걸 계속 방치하다가 어느 날 할머니 손에 이끌려 치과를 가게 되었는데 글쎄 인정사정없이 앞니 두 개를 발치를 하는 거야. 그리고 그 빈자리에 가짜 이를 임시방편으로 붙여준 거지.
썩은 이 사라져서 할머니는 속이 시원하다고 했지만 난 그 부실한 가짜 앞니 때문에 늘 노심초사했어. 힘이 없거든. 아무거나 씹을 수도 없고 늘 조심해야 하고. 몇 개월만 지나면 너덜너덜해지는 느낌? 간신히 잇몸에 붙어있는다고나 할까. 틀니도 아닌데 기침이나 재채기를 크게 하면 왠지 튀어나갈 것 같은 불안함을 안고 지냈지. 그래도 사이판에 갈 때 나름 보수공사를 하고 갔는데도 불구하고 2년을 채 못 버틴 거야 아빠.
요즘 좀 불안하다 싶었어. 양치할 때마다 덜그럭거리면서 당장 떨어질 것 같더니ㅜㅜ
이제 어떡해?
앞니 비어있는 상태로는 사람도 못 만나는데 일은 어떻게 하지?
미치겠어 아빠.
사이판엔 치과 없냐고?
치과가 있긴 한데 제대로 된 진료를 보기 어려운가 봐. 간단한 진료나 발치는 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은 어려운 거 같아. 일단 회사에 얘기는 해놨어. 이대로 근무하기는 어렵다고.
아 진짜 이게 무슨 코미디냐고 아빠? 나 창피해서 누구 만나지도 못하고 밥도 못 먹고 기숙사에서 숨어있다시피 하고 있어. 어제는 반장언니가 기어이 와서 확인하고 갔는데 얼른 집에라도 보내주었으면 좋겠어.
어 잠깐만 아빠, 누가 밖에서 노크하네.
아빠! 아빠! 나 집에 가도 된대. 내일 저녁 비행기래. 봐봐 티켓도 받았어.
정말 다행이지.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특별한 경우라 보내준다고 했대.
이렇게 빨리 대처해 줄 줄은 몰랐는데 너무 감사하다 그치 아빠?
잘 됐어 정말 잘 됐어. 집에 돌아가면 만사 제쳐두고 치과부터 가야지.
아빠, 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얼른 짐 싸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