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다.
함께 놀던 친구들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마지못해 나도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불이 꺼진 집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문을 따고 집으로 들어갔다. 더듬더듬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켰다. 썰렁한 방의 몰골이 밝은 불빛아래 을씨년스럽게 드러났다.
책가방을 벗어 한편에 두고 다시 불을 끄고 방 한 구석에 납작 엎드렸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밖에서 들려올 할머니 할아버지의 인기척을 기다리며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어디선가 시커먼 괴물이 튀여 나올 것 같은 공포감에 조마조마한 순간도 있지만 어느 날부터 이게 편해졌다.
불 꺼진 방은 밖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사실이 나를 안심시켰다.
초저녁의 여름은 꽤 시끌시끌하다. 개 짖는 소리, 아이를 찾아 나선 어느 엄마의 목소리, 알 수 없는 발자국 소리와 기차소리까지...
어느 날은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기도 하고 어느 날은 할머니의 목소리인 줄 알고 벌떡 일어났다가 아닌 걸 알고는 실망하여 눈물 찔끔 흘리기도 했던... 초등학교 2학년 그해 여름은 유난히도 길었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길 애타게 기다렸던,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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