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구치소에서 나오기까지

by 조완호

하루가 무의미하다. 매번 같은 곳을 쳐다보고 있다. 여기는 여섯 평에서 일곱 평 정도가 되는 아주 좁은 곳이다. 화장실이 붙어 있는데 그렇게 시설이 좋지는 않다. 화장실을 다녀올 때는 휴지를 쓰지 않고, 직접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 빌어먹을 시설 같으니라고.


만약 내가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 입을 꿰매는 한이 있더라도 술을 입에 대지 않을 것이다. 난 그날 술을 너무 많이 먹었다. 마치 구멍난 콩쥐의 장독대에 물을 붓는 것 마냥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문제는 그렇게 마시고 나서 사람을 쳤다는 것. 솔직히 이 사실도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로는 정말 미친놈 같았다고 한다.


지금 나는 최종 선고를 받기 직전,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중이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여기가 무슨 북한인 줄 알았다. 다 무너져 내려가는 건물, 바람이 그대로 들어오는 돌벽(심지어 겨울이다.), 바퀴벌레가 유유히 마실 나오는 방, 결정적으로 이 좁은 곳에 열 명이 수감되어 있다니. 게다가 다들 교도소에 들어가기 직전이라 예민한 상황이다. 표정은 굳어 있는데 속은 끓어오른다는 표현이 적절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들 알아서 조심하고 있다.


“다녀오겠습니다.”

“뭘 와 임마. 걍 나가.”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최종 선고를 받는 나에게 몇 놈은 부러움의 눈길, 그리고 몇 놈은 부정적인 눈길과 동시에 입가에 희미하게 도는 비웃음. 장난인지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방장은(지 말로는 별의별 인간들 다 만나서 형량을 맞추는 도사라고 한다. 깡패라는 데 뭐 믿을 수 있어야지) 풀려날 확률 반, 학교(교도소를 일컫는 말이다)에 들어갈 확률 반이란다. 반반. 통닭 시켜 먹을 때 빼곤 생각지도 않았던 경우의 수다.


건물 밖을 나오니 심장이 쿵쾅거리며 기분이 또 들쑥날쑥해진다. 이런 날에 날씨는 또 기가 막히게 좋다. 그리고 수갑을 차고, 이동해서 선고장으로 간다. 그때 봤던 판사, 검사가 그대로 있다. 난 어떻게 되는 걸까. 긴장이 되니 목이 바싹 마른다. 나 혼자 사막에 던져진 기분. 판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신이 내려주는 전언과도 같다. 오히려 이젠 헛웃음이 나오기 시작한다. 헛된 희망이 오늘 드디어 끝나는 걸까.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가명, 1223호. 피고인 최종현에 대한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피고인은...”


판사의 판결과 동시에 의사봉이 세 번 큰소리로 건물에 울린다. 나는 잠시 멍해져 있다 이윽고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른다. 주위 사람들의 환기된 모습. 나는 건물 밖으로 빠져나와 환복하고 건물 밖을 향했다. 건물 출구에는 그녀가 서 있었다.


뭐랄까. 부끄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벅차오르는 감정. 나는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이카로스 마냥 급하게 뛰어갔다. 그리고 안았다. 안을 때의 포근함. 그리고 가벼운 비누 향과 샴푸 냄새. 내가 돌아왔구나. 여긴 살아있는 세상이구나. 다시 떨어지는 눈물. 입이 열리고 흐느끼며 울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첫 마디가 흘러나왔다.


“Welcome to the Rea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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