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기상, 밤 실수, 머릿니
아이의 오빠는 구순구개열로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큰 수술을 몇 번이나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가 기억하는 오빠는
입술이 조금 찌그러진 채, 개구쟁이처럼 웃거나 화를 내며 냉장고를 내리치는 모습이었다.
오빠의 앨범은 알록달록했고, 세계 정복을 하려는 것처럼 장소가 다양했다.
아이가 모르는 지인들과 찍은 사진들도 많았다.
아이의 시기는, 참 적절했다.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에 구매한 아이의
알로록한 앨범은 달로록하게는 채워지지 않았고,
다른 아이들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추억을 남길 시기에
아이는 부모의 이혼이라는 커다란 추억을 남겼다.
아이는 만족했을까.
아이는 새벽 기상 대신 밤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일까?
삼시세끼 고열량의 식사에 몇 번씩이나 보러 가는 야구, 축구 경기, 따뜻한 이불,
혼자 자기 무서우면 같이 자주는 아빠.
불안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아빠의 품속에서도
아이는 실수를 했다.
머리숱이 풍성한 아이는 말려도 말려도 머릿속이 금세 습습해졌다.
아빠는 힘들어서 더는 못 말린다며 그냥 등원하기를 원했다.
계속되는 습습함에 머리에서 냄새가 나고 간지럽기 시작했다.
아빠는 힘들어했고 고심했다. 그래도 여자아이인데.
또다시 저지른 밤 실수에 이불 빨래를 하던
어느 날, 걸려 온 아이 엄마의 전화.
아빠랑 다시 같이 살 것 같단다.
아이는 왜냐고 물었다.
엄마는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지금 이 고열량의 식사가, 야구 경기가, 밤 실수가 다 없어진다고?
아이는 이상했다.
그래도 좋았다.
엄마가 집에 온단다.
엄마가 집에 왔다.
아이의 머릿속을 보더니 경악했다. 이가 있단다.
엄마는 참빗과 약용 샴푸로 정성스럽게 아이의 머리를 감기고
빗기고 또 빗기며 손톱으로 이를 하나하나 다 터뜨려줬다.
"스윽 스윽, 톡, 톡."
아이는 엄마의 손길이 시원했다.
바람이 솔솔 불어올 때 나는 엄마 냄새도 좋았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엄마는 집에서 바가지를 엎어 똑 단발로 머리카락을 잘라주었다.
노란색 병아리가 그려진 책가방과 분홍색 신발도 사주었다.
태어날 때부터 ‘만두’, ‘찐빵’이라 불리던 아이는
마치 만화 속 캐릭터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아이는 더 이상 냄새가 나지 않았고, 밤 실수도 하지 않았다.
빵빵한 볼살 외에는 말랑말랑하고 통통한
그 나이대 아이의 몸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있는 아이였다.
아이 아빠 사업이 망했다.
명예퇴직을 하고 40대 중반에 받아주는 회사가 없어
동업자 두 명과 함께 차릴 수밖에 없었던 회사였단다.
엄마와의 상의는 없었다.
아빠는 대출까지 받아 가며 사업에 올인을 했기에,
대신 갚아 줄 누군가가 없었기에,
동업자가 사업 자금을 들고 도망갔을 때,
본인 몫의 빚을 다 떠안고 말았다.
아빠는 더는 집에 가져다줄 돈이 없어져서야
엄마에게 집안이 망했음을 말했다.
엄마는 서울에서 내려온 것을 후회하며 아빠와 싸웠다.
아빠가 돈이 없어지자 절규했다.
전에 다니던 시장 골목 입구의 주점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가 보고 싶어서 내려왔다더니.
다시 시작된 구토 소리, 말싸움, 몸싸움....
아이의 심장은 쿵쾅거렸고,
새벽 기상도 다시 시작되었다.
엄마의 생활 패턴은 일정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거나,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이는 밥을 먹기 위해 움푹 팬 냉장고를 열었다.
그때, 엄마가 문득 말을 걸었다.
"엄마랑 회 먹으러 갈래?"
오랜만의 대화에 아이는 심장이 덜컥,
그러나 곧 들떴다.
매일 새벽 싸우는 부모가 무서워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재잘재잘 말을 했기 때문이다.
왜 엄마에게는 아빠에게처럼 재잘거리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