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친구들
"따라갈래."
엄마는 아이에게 예쁜 원피스를 입히고 머리를 빗겼다. 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잊지 않았다. 엄마였다.
외투를 입고 엄마의 손을 잡고 마트에서 퍼즐을 샀다. 밥을 먹고 나면 나중에 옆 방에 가서 가지고 놀면 된단다.
밥 먹고 거기 계속 있어야 하는 건가?
택시가 집 근처에 섰다. 택시 아저씨에게 목적지를 말하지 않는 엄마, 이상했다.
아이는 엄마의 얼굴에 표정이 없는 것을 본 뒤 무서워져 입을 다물었다.
횟집에 도착한 택시에서 내려 여닫이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밥을 먹었다.
아이는 엄마에 의해 모르는 택시 기사 아저씨를 엄마 친구라며 소개받았고, 인사를 해야 했다.
이름을 물은 그는 나보고 똘똘하다며 칭찬했다.
밥을 다 먹은 아이는 엄마가 미리 말한 대로 옆 빈방에 들어가 퍼즐을 맞춰야 했다.
옆 방에서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용이 듣고 싶었다.
아빠에게 재잘거리듯 말하고 싶었다.
모르는 사람 앞이지만 엄마가 있으니까 말할 자신이 있었다.
입을 다물고 퍼즐을 두 번이나 맞췄다. 너무 쉬웠다.
두 번째 퍼즐을 완성하고 얼마지 않아 횟집을 나와 택시를 타고 떠나는 아저씨에게 손도 흔들어야 했다.
택시 뒤 꽁무니에 대고 눈을 떼지 못하는 엄마를 보며 아이도 엄마를 쳐다봤다.
택시가 사라지고 엄마가 아이의 눈을 맞추며 말했다.
"아빠한테 말해라. 응? 또 싸우는 거 보고 싶지?"
아니, 말 안 할게.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또 다른 택시를 탔다.
목적지가 집인, 평범한 택시였다.
아이는 집에 돌아온 아빠에게 재잘거렸다.
모르는 아저씨는 빼고.
아, 힘들어.
얼마나 흘렀을까.
엄마는 아이에게 또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아이는 엄마가 해주는 예쁜 머리띠에도 신나지 않았다.
또 그 아저씨를 만나러 가는 건가.
그래도 싫다고 말하지 않았다. 싫다고 하면 엄마와의 외출이 더는 없을 것 같았다.
또 택시를 탔다. 이번에는 아무렇지 않게 목적지를 말하는 엄마.
아이는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어느 식당 앞에 아이와 엄마를 내려준 택시는 유유히 떠났다.
엄마는 식당 문을 열고 아이를 먼저 들여보낸 뒤 모르는 아줌마에게 인사를 시켰다.
또 엄마 친구라고 했다.
인사를 한 뒤에야 아이는 화장실로 갈 수 있었다.
아이는 뽀글 머리 아줌마와 밥을 먹었다. 엄마가 없었지만, 생선 가시를 발라주는 아줌마가 좋았다.
오랜만에 맛있는 밥에 발을 흔들거리며 앉아 있는 아이에게 눈시울이 그렁그렁한 엄마가 다가왔고,
그 뒤로 아줌마가 나오며,
"그러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다. 정리해라."
아이는 [정리]라는 말을 안다.
이불 정리를 해라고 아침마다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도 정리해야 하는 게 있구나.
엄마는 청소 잘하는데.
엄마는 결국 정리를 못 했나 보다.
엄마 친구인 식당 아줌마와 또 다른 아줌마 두 명이 집 문을 쾅쾅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의 엄마는 한숨을 쉬고는 현관문을 열었다. 그대로 뺨을 맞으며 나뒹굴었다.
"악!"
아이는 울었다.
"우리 엄마 때리지 마세요!"
악다구니에 뛰쳐나온 옆집 아줌마가 말렸다.
경찰을 불렀으니 끼어들지 말라고 했다.
엄마는 머리채가 잡혀 끌려다니며 살려 달라고 울부짖었다.
아이는 끌려다니는 엄마를 보며 새벽 기상을 한 것처럼, 그냥 바닥에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다.
경비원 아저씨가 말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엄마를 구해내지는 못했다.
경찰이 오고 나서야 엄마의 머리채가 놓였고,
엉망이 된 집과 아이를 제외한 모두가 경찰서에 갔다.
아파트 단지 내 사람들은 다 알았다.
맞은 것은 아이의 엄마였는데,
누가 봐도 못된 사람은 엄마였다.
아빠가 엄마랑 같이 집에 돌아왔다.
오빠는 영문도 모른 채 학교에서 돌아와 엉망이 된 아이와 집을 보고 경악했다.
아빠를 보고 우는 아이를 아빠는 안아주었다.
아이는 평소처럼 재잘거릴 수 없었다.
오늘은 평소처럼 새벽 기상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