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대로

친가 살이 (1)

by 얀밍

아이의 아빠는 이혼으로 모든 것을 되돌려놓았다.

소문의 당사자는 아파트를 위해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아이의 엄마는 딱 하루, 아이와 오빠를 위해 베갯잇과 이불, 그리고 아이만을 위한 잠옷을 만들었다.

큰엄마가 골라준 꽃무늬가 아닌 아이가 좋아하는 분홍 장미가 예쁘게 피어있는 원피스 잠옷이었다.

옷을 만들며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머리는 꼼꼼하게 말려야 지난번처럼 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아이는 엄마 품에서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게 팔기 위해 헐값에 내놓았던 집이 팔렸다.

아빠는 엄마에게 절반을 먹고살라며 내주었고, 나머지 절반은 빚 일부를 갚는 데에 썼다.

엄마를 절규하게 했던 돈. 그 돈을 받은 엄마는 집 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본인의 짐을 싸서 아침에 나갔다.

아이는 비어 있는 안방과 화장대를 보고 울며 아빠에게 엄마의 행방을 물었다.

아빠는 아이에게 설명했다.

이제는 다른 곳에서 살 것이며, 엄마는 보면 안 된단다. 연락도 안 하면 안 되냐고 아빠가 되물었다.

아이는 순순히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어느덧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이는 왜인지 엄마가 보고 싶을 것 같지 않았다.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던 집으로 이사를 왔다.

아이가 전에 살던 곳과는 다르게 40년이 넘은 집이라고 했다.

할머니가 계실 적에 따뜻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뒤 베란다에는 비가 오는 날이면 뻥 뚫린 천장으로 비가 새어 들어와

토도독 토도독,

텐트 안에 있는 것 같은 소리가 났고, 물이끼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장마가 오는 때면 뒤 베란다의 하수도 청소를 꼼꼼히 하고 물이 넘치는지 몇 번이고 확인해야 했다.

때때로 새끼를 물고 가는 길고양이와 눈이 마주칠 때도 있었다.


이것은 첫째 큰아빠가 베풀어주신 은혜라고 했다.

아이의 아빠는 이 은혜를 받기 위해 무엇을 얼마나 해야 했을까.


엄마가 떠난 후 첫 명절이 되어 큰엄마 집에 갔다.

다들 엄마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반갑게 맞이해 주고 인사를 해주었다.

아이는 사촌 언니 방에 우두커니 앉아서 책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큰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달려 나갔다.

뛰었다고 혼이 났다.

만두를 빚을 것이니 손을 씻고 오라고 했다. 손을 깨끗하게 씻고 앉아서 큰엄마가 하는 모양을 따라 했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잘한다며 칭찬을 받았다. 어깨가 으쓱했다.

조용히 만두를 만들고 있던 그때, 갑자기 큰엄마가 말했다.


"우리 집안에서 이혼한 것은 너희 집 밖에 없다."

"네?"

"형님, 애 앞에서...."


왜, 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아.

라며 말리는 셋째 큰엄마를 오히려 타박하는 큰엄마.


내가 뭘 잘못했나 보다.

나 만두 빚기 싫어. 집에 갈래.


속에서 생각한 말 중에 입 밖으로 튀어나온 것은 하나도 없었다.

꾸역꾸역 만두를 다 빚었다. 재밌었다고 속에서 생각하지도 않은 말은 해버렸다.

아이는 아빠에게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빠는 엉뚱한 소리 말라며 사촌 언니 방에서 놀라고 했다.

사촌 언니는 벌써 나가고 없고, 오빠도 사촌 오빠와 피시방에 가서 없었다.


나만 저 [이혼]이라는 소리를 들었나 보다.


3학년 2학기,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갔다.

뚱뚱하고 목에 때가 낀, 엄마 손길이 없는 아이는 얼마지 않아 왕따가 되었다.

벌써 완성된 무리에 끼어들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밥도 혼자 먹어야 해서 괴롭고 힘들었지만,

아이는 친척들을 만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반 애들은 아이의 가족이 아니었으니까 괜찮았다.

살은 계속 쪘다. 치아도 계속 썩었다.

큰엄마를 비롯한 친척들의 살이 쪘다는 타박도 계속되었다.

아이는 명절 전날 항상 신경이 곤두서고 몸이 아파서 계속 누워있고 싶었다.

그래도 계속 큰엄마 집에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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