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게 이제는 별로 어렵지 않은 사람이 주는 몇 가지 팁
우리는 살면서 많은 글을 쓰게된다. 스타트업을 운영을 하든, 어떤 정부의 지원사업을 신청하든, 내부 혹은 외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든 다양한 글들을 쓸 수 밖에 없는데, 글 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특히 한국 교육에서는 이런 글 쓰는 과정이 자신만의 생각들을 논리로서 정리하고, 설득하기 위한 글을 쓰기 보다는 있는 정보들을 잘 조합, 정리해서 빠르게 제출하는 훈련만 하다 보니 리포트와 자소서는 항상 어려운 일이 아닐까.
기존에 있던 내용들을 잘 정리해서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상업적으로 쓰일만큼 가다듬는 내용은 작년 Uniconn Class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YouTube 채널강의에 올려두었으니 참고하시면 된다.
Logical Thinking 이나 Logical Writing 등 맥킨지 같은 컨설팅 기업들 출신들이 잘 정리했던 내용들(MECE로 유명하다)도 참고할만 하지만, 실전에서는 다소 적용하기 막막할 때도 많고, 언젠가 배워본 마인드맵 그릴 시간도 부족할 때가, 고객사나 상사들은 언제 빨리 당장 보내주냐고 항상 닥달이다.
또한 대부분 좋은 글이라고 인터넷 참고자료, 기사를 참고하거나, 주요 메시지나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나머지 글의 촛점을 잃고 방황하다보면 워라밸은 커녕 야근은 기본이요 #나는누군가여긴어딘가, 엄마가 보고싶다 상황들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요즘은 인스타 시대인데 이런 글 쓰는 법 배워봐야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만 꽤 오래 사랑받는 TV광고 같은 마케팅 캠페인, 넷플릭스의 또 돌려보게 되는 영화나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게임 들은 거의 대부분 작가들의 보이지 않는 숨은 노력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20년 가까이 꽤 많이 업무를 위해 다양한 글들을 써오면서 특히 그 중 대다수는 제안서, 강의자료 같은 문서 들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좀 일을 편하게 했던 팁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물론 몇 십 페이지 제안서나 백 몇십 페이지 강의자료가 하루 이틀이면 뚝딱 나오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그 자료를 쓰기 전에 머릿속으로 많은 고민과 설계하는 버릇, 그리고 많이 쓰는 훈련을 통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니 처음부터 잘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개인적인 팁에서 출발했지만 나름 수백, 수천 대상으로도 검증된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내용이고 내부 구성원들을 가르치기 위해 프로세스/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보니, 길더라도 읽어두시면 그리 도움이 안 되는 쓸데없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파워포인트는 자신의 의견들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그림 그리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우리가 어떤 그림을 그릴 때 어떤 그림을 그릴지 먼저 생각하고 그리지 팔부터 먼저 잘 그려놓은 다음 몸통을 그리진 않는다.
사진도 내가 이쁘게 나오는 구도와 어떤 이미지가 나올지 고민하고 카메라 앱을 켜듯이 내가 어떤 글을 써야하는지를 빠르게 정리하고, 이 문서에 대한 요구사항들을 재빠르게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내용을 미리 주변 동료나 상사들의 의견(Feedback)을 듣자.
이 일을 던진 고객이나 상사의 지시가 불분명 하다면 누군가 시키길 기다리지 말고 전화든 미팅을 통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기껏 고생해서 완성한 문서를 완전히 뒤엎는 _최종, _진짜최종, _final2를 겪고 싶지 않다면 초반에 이 부분에 가장 큰 신경을 쓰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이다.
이때 가장 유용한 도구는 Windows 기본 메모장, Google Docs, Evernote, Notion 같은 도구들이 있겠으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도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문서에 대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들을 간략하게 정리하는 연습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누군가 보험, 자동차 영업하시는 분 심지어 ‘도를 아십니까’를 비롯해 나를 설득하려고 한다고 생각해보면 첫 서두를 비롯해 다양하게 전달할 내용들을 고민하는데, 보통 단편적인 부분에만 너무 고민하고 끙끙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문제는 거의 대부분 소싯적에는 배웠을 기-승-전-결 글의 기본 구조나 배경/목적/현황/해결방안 등, 실리콘밸리 등지에서 투자유치를 위한 Pitch deck에서 많이 쓰이는 Problem/Solution/Market/Traction/Plan 등의 구조가 거의 엇비슷하다는 것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일단 내가 이 문서를 받는 입장에서, 내가 상대방 상사나 고객사라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에서 출발하자. 그리고 어떤 순서대로 이야기들을 들려줄 것인지, 화려한 수식어 키워드나 스토리텔링 기법은 나중에 고민하고 먼저 담백하게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를 목차/소목차로 정리하는데 가장 신경쓰자.
좋은 글의 본질은 결국 보는 사람의 공감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안서는 상사나 고객의 움직임을 위한 문서임을 잊지말자. 함께 일하다 보니 생각보다 별 것 아니었던, 실리콘밸리 혁신의 방정식이라는 Design Thinking도 개발하기 전에 무엇이 문제인지 Empathize 하는데서 시작한다.
보통 이렇게 목차를 구성하고 어느 내용이 어떻게 이야기되면 좋을지 구조를 정리하게 되면, 여기에 참고자료나 각종 도표 등 이해에 도움이 될 내용을 붙이게 되는데, 몇십, 몇백 페이지의 자료가 주어진다고 해서 이걸 읽을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내용들을 토대로 요약하고 지어질 건물이 별채가 딸린 전원주택인지, 40층짜리 주상복합인지 20층 10개 동의 아파트인지 모양새, 크기를 먼저 가늠해야 한다. 만약 기껏 파워포인트, PPT 문서를 다 만든 다음에 핵심 제안내용이 바뀌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건물을 다 지은 다음 “위치가 마음에 안 드니 5cm만 앞으로 옮겨주세요”라는 요구사항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먼저 최소한의 문서로서 산출물의 목표분량(20페이지 이내?)을 정한 다음 그 내용들의 근거가 되는 자료들 중 가장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잘 표현한 자료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국 글 쓰는 것이 아닌 설득을 위한 논리적 구조와 내부의 의견을 듣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필요한 셈이다.
덜어내는 것이 때로는 어려울 수 있지만 선명하게 제안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혼자 이걸 고민하기 보단 주변 동료나 상사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좋고, 또한 이 문서를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진짜 피드백(Feedback)을 듣고 개선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걸 위해선 경청하고 의견을 요약하고 더 좋은 작성을 위해 질문과 답변을 이끌어내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필요한데 이게 사실상 제안서 글 쓰기의 핵심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빠르게 설득할 수 있는 제안서를 쓰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머릿속 상상에 그치지 않을 근거들의 기반과, 많은 경험을 통해 얻어진 인사이트들과, 의견과 공감을 얻기위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필요하다.
책을 내기 위해서도 꽤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강의자료 하나 만들기 위해서도 꽤 많은 경험을 토대로한 시간을 들이는데, 제안문서 하나 만드는 데 문서 하나라고 지적재산을 너무 쉽게 생각해선 안된다. 심지어 이런 제안서에 대한 비용도 입찰 등 제안을 받는 입장에서는 공공연히 무료라고 생각한다.
문서를 쓰는 데 너무 많은 시간 소비보다 최대한 생산성, 효율성을 우선해야 하고, 공통적인 사항들을 최대한 묶고 제안하는 회사에 따라 가변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분리해야 하며, 편집 용이한 도구들을 바탕으로 문서의 재사용성들을 고려해야 한다.
대중적인 작가라면 책 판매를 통해 인세로 돈이라도 벌겠다만, 스타트업의 경우 작은 조직에서 이런 제안서 쓰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돈을 쓰는 일이다. 내부에서 이런 문서들의 방향이 맞네 아니네 다시 쓰네 논의하는 시간 역시 생각보다 많은 돈을 쓰고 있기에 ROI, Return on Investment를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글 쓰는데 고통받지 않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많은 경험을 쌓는 일, 즉 생각을 정리하고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사실 한국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에서 어느 공식에 따라 문제 푸는 것에는 매우 익숙할 지 몰라도, 스스로 어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기회가 매우 적었다고 본다.
지금도 그렇지만 기업들의 면접 현장에서, 다양한 스타트업들의 사업소개서 투자/지원심사 현장에서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팀이고 특히 어떤 문제의식을 생각하고 살아왔고 우리 제품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명료하게 설명하는 문서들을 만나기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입사지원 때 자기소개서가 되었든,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제안서를 쓰든 누구한테 대신 해달라고 컨설팅 받을 일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 World Economic Forum에서 곧 사라질 직업이 무엇인지 걱정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기본적으로 채워야할 역량은 기술이 먼저가 아닌 글 쓰는 일이다.
몇년 전 2020년 버전에는 Complex Problem Solving, Critical Thinking, Creativity가 1,2,3위였다.
이건 빠르게 사실을 전달하는 언론매체 일부 기사(Article)들처럼 로봇이 대체하기에는 아직 복잡한 세상이고 알파고 할아버지가 와도 사람을 이기기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가진 능력 중 무수히 많은 실패와 연습을 통해 쌓여진 것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만 어렵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Medium 이나 Brunch 같은 사이트에서 글 쓰는 것이 부담이라면
Facebook 같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서 자주 써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