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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양일 Jun 26. 2019

한국 게임산업의 엔드게임

안심하세요.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포일러 없어요. (사진출처: 지스타)

최근 주전자닷컴이라는 학생들이 만든 비영리 자작게임 콘텐츠 사이트 폐쇄를 비롯한 이슈가 불거졌고, 내 지인이 비영리 게임의 자율심의를 직접 진행해본 경험을 공유할 정도로 이 심의제도가 아무리 규제를 푼다고 해도 일반인 입장에선 얼마나 이상한지, 왜 이런 심의 사이트들은 10만원자리 범용 공인인증서가 필요한지 등 문제라고 생각되는 이상한 문제들은 훨씬 많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국 내에서의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인 것 같다.


얼마전 서울창업진흥원(SBA)의 인디게임포럼 '게임은 밥이다'라는 포럼을 통해서나 컴퓨터/코딩교육과 관련된 모 대학원의 강의에서 교육전공자 대상으로 진행한 강연에서도 주로 이야기하는 내용인데, 자주 진행할 시간이 없다보니 여기 브런치에 이렇게 옮겨본다. We're in the endgame now.




한국 게임산업은 찬밥 맞습니다. 최근 인공지능은 둘째치고 유명한 공유경제라는 우버, 자율주행의 테슬라, 대용량 영상을 취급하는 넷플릭스, 검색엔진 구글과 맵스, 페이스북, 애플 등에 비해 힙하지도 않고 한국에서는 안 좋은 산업, 뭔가 도박 같은 사행성, 나쁜 이미지로만 인식되는 것 같아요.


예를들어 우버 같은 회사는 GM, Ford 등 자동차 회사 몇 배나 되는 기업가치를 평가 받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창립자 역시 다양한 구설에 휘말렸고 이제는 내려놓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이 사람 역시 관련된 산업에 파괴적인 혁신을 불러일으켰던 사람이란 점은 변함이 없고, 2048이란 퍼즐 게임 무척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라는 점입니다.


출처: Bloomberg


한국에선 뭔가 게임 좋아한다고 하면 엄마 속 좀 썩였겠구나, 등짝 좀 맞았겠구나 하는 Nerd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만, 문제는 이 게임이 동일하게 한국에서 취급받는 마약, 술 등 중독의 범주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게임에 대한 형편없는 우리의 인식, 무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과몰입에 대한 의학적 증명들은 ICD 기준에 매달리시는 걸 보면 아직 부족한 근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것 같고, 사실 게임이 가장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보니 (PC방 1시간 1,2천원 대비 넷플릭스나 영화관 1편 소비의 몇 분의 일 밖에 되지 않는) 당연히 여기에 몰두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어려움들의 근본적 원인인양 취급 받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야 개인적으로 여성의 인권 신장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는 더 시급하고 중요한 사업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만 다른 사업보다 먼저 나쁘다고 평가하고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부처도 있다는 것이 참 슬픈 일입니다. 게임과 관련된 규제 이야기만 나오면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당연히 이 부처 욕부터 등장하는 판국이고, 실제 이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게임 정말 질리도록 해본 어느 12살짜리 해외의 어린 친구는 차고에서 뭔가 더 쿨한 것 없을까 찾다가 저렇게 핵융합 원자로를 만들기도 하는데 말이지요. 더 있어요. 어렸을 때 동키카 게임 만들었던 빌게이츠 부터 시작해서 게임회사 아타리 인턴이었고 퐁 게임 만들었던(물론 실제 코드는 스티브 워즈니악이 도와줬지만) 스티브 잡스, Blastar라는 게임을 어릴적 만들었던 테슬라/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 이런 게임 만들다가 인터넷 시절 대성하신 분들이 있는데 페이스북과 인수한 인스타그램까지 보유한 마크 주커버그 역시 중학생 때 문명이라는 매우 악질적인 시간 뺏는 게임의 매니아였다고 직접 이야기 합니다. 글로벌 영화/드라마 산업을 넘어 실질적인 한국 드라마 투자의 1인자라는 넷플릭스 역시, 미국 방송의 상징인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이미 2년전에 추월했는데, DVD 우편배달 서비스로 시작한 이 회사는 아마존과 더불어 대용량 처리 기술의 선봉이자, 최근에는 드라마에 인터렉티브를 적용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건 게임과 같은 규제의 대상일까요?


게임산업은 정말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주고 성장해왔는데, 대표적인 전자공학 전공의 전기자동차 비전문가가 설립한 테슬라는 세계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고 있고, Model S가 나오던 2012년만 하더라도 계기판이나 자동차 내부에 드물었던 LCD 적용을 아이패드 보다 큰 대화면 LCD를 자동차 안에 집어넣었으며, 요즘은 다 따라하게되는 추세입니다. 심지어 테슬라 Model 3에는 클래식 ATARI 게임도 돌아갑니다. 이는 기술이 발달하고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면서 남아도는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소비의 다양성, 특히 게임이 이 기술과 시장을 견인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Pixar 영화 Wall-e에 나오는 자율주행 의자에서는 각종 엔터테인먼트와 즐길거리들이 컨셉스럽게 등장합니다. 


물론 저도 이러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출처: 인터넷)


물론 해외라고 게임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닙니다. TV가 보급되고 비디오 게임시장이 성장하면서 각종 콘솔 게임기를 구입한 아빠의 심경은 아들 딸과 함께 즐기는 것이 모토였지만, 사실 세상이라는 게 어른들 뜻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요. 해외에서도 비디오게임에 대한 부모의 심정은 같습니다만, 그들의 심정에서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실제 별로 밥 벌어먹는데 도움 안 될 것 같은 이 산업의 규모를 보면 몇년 전 자료만 보더라도 장난이 아니란 것을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보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산업의 꽃인 앱스토어의 수적인 점유율은 25% 정도 된다지만 실제 매출은 80~90% 정도를 담당하고 있고, 실제 팔리는 서비스 시장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몇년 전 한국의 콘텐츠 산업 중 2.6조 규모를 차지했지만 작년은 13조, 이정도로 인위적인 개입이나 지원없이 자생적으로 성장한 산업이 있었나요?


지난 정부 때 K-Pop과 K-Drama를 중점적으로 육성하신 것은 그 배경 누군가가 있었으니 이해합니다만, 게임산업이 그렇게 위축 되었어도 영화와 음악의 2배가 넘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여전히 한국 콘텐츠 수출의 전체 50%를 넘지만, 2018년 각 부처의 지원예산들은 꽤 줄어든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5~600억 지원해서 이정도로 효율 좋게 효자 노릇하는 산업이 전체 산업 중 얼마나 많은지는 여기 정부 부처 분들이 계산해보실 수 있겠지요.


생존 드라마인가 게임인가(...) 출처: 넷플릭스


사실 게임에서 파생된 AR/VR 기술들은 꽤나 많은 분야까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직 갈 길, 해야할 일이 많다는 이야기이지요. 원천 기술은 우리가 늦더라도 응용 분야에서는 우리가 다소 잘하는 영역들이 많습니다. MMORPG 덕분에 인터넷 소켓통신과 관련 데이터 처리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었고, 퍼즐 게임들이 쓰는 비동기 통신을 통해 각종 인터넷 서비스들은 정말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특히 그래픽 기술로 상업화가 더 적극적인 AR/VR 산업 역시 조망은 받지만 실제 사업화된 잘 된 사례는 아직 부족합니다.


여기에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다음버전인 디지털 휴먼을 비롯해 다양한 게임에서 이미 비슷하게 만들었거나 향후에도 해야되는 기술들이 넘쳐나고 있고, 한국에도 영화와 더불어 매우 잘하고 있는 회사들 역시 계시지만 아직도 노동집약적인 산업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AR 기술의 발전은 실제 SF 영화 특수효과의 시장 판도를 아마 바꾸어놓을 것이고 다른 기술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같은 영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저런 것들 역시 곧 우리 자동차에서 만날 수 있겠지요.


그러다보니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회사들도 당연히 이런 회사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다양한 시도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교육 영역 뿐만 아니라 실제 산업으로 결과들을 내어보려고 노력 중이지요. 큰 예로 십수년전 마이너리티 리포트 영화에 나왔던 홍체인식해서 개인화된 광고를 보여주는 것은 게임에선 이미 비슷하게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고, 디스플레이 산업의 희망 디지털 사이니지라는 산업을 지탱하는 기술 중 하나에요.



유행 다 지난 것처럼 생각하는 포켓몬 고의 최근 한국 이용자 추이도 그렇고 전세계적으로 작년에 8000억 정도 매출로서 벌어들인 게임입니다. 원래 이 팀이 구글에서 지도 만들던 팀인데, 그 기술 개발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아예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아마 AR 표시 기술은 여기만한 곳 없을 것이고 게임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LA가 아니라 그 땅값 비싼 엔지니어들의 천국 실리콘밸리에 계속 있습니다. 실제로 초반에 거의 모든 게임들의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었고 여전히 사랑받는 게임입니다.


불과 10년만에 게임기 만들던 그래픽 기술들이 미공군의 수퍼컴퓨터를 대체하는 예산절감 사례를 만들었고, 게임을 보다 잘 보여주기 위해 많은 화소들을 계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래픽카드, GPU가 없었다면 지금의 자율주행차의 심장인 GPGPU도 없었고, 최근 화제가 된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도 없었을 것입니다.



자, 이제 찬밥을 조금이라도 다시 먹을 수 있게 만드려면, 단편적인 규제/통제 관점이 중요한게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인정받고 팔리고 있는 상품이자 산업이라는 존중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뭔가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 게임산업을 통해 어떻게 교육적, 산업적 성장을 이끌어낼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때라는 점입니다. 얼어붙은 캡틴을 그대로 둘 것인지, 살려내어서 지구를 지키게 할 것인지는 여기 계시는 여러분들에게 달렸다고 봅니다. 




예전에 스타트업 교육들을 진행하려고 만들었던 페이스북 페이지인데,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동참하시고 싶으신 분들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좋아요 해주세요.

https://facebook.com/uniconn.net


We're in the endgame now.
(한국어 번역은 '가망이 없어'라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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