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함양 운곡리 은행나무
-경상남도 함양군 서하면 운곡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이며 수령은 약 800년으로 추정, 이 은행나무는 마을이 생기면서 심은 나무로 마을이름도 은행정 또는 은행마을이라고도 부른다.
함양 산청 거창은 산수가 수려한 곳이다. 함양엔 전통마을인 개평한옥마을이, 산청엔 남사예담촌이, 거창엔 거창신씨의 본향인 황산전통마을이 있다. 이 세 고장 중 함양에 고목 은행나무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지나는 길이 온통 가을 색이다. 옛 안의 3동의 하나인 화림동 계곡 거연정은 여전히 산수화 속 풍경 같고...
"함양咸陽은 밀양密陽처럼 볕을 품었다. 이 볕의 고을에서 머문 4박 5일 동안 장맛비가 내리퍼부었다. 개평 한옥마을과 지리산둘레길이 지나는 창원마을에서 늘어지게 여유를 누렸다. 5박 6일을 예정한 지자체 주관‘함양 한 달 살이’는 비가 와서 운치는 있었지만, 줄곧 내리는 비로 말미암아 하루 앞당겨 여행을 끝냈다.
퇴계가 성리학자 중 뛰어난 인물로 꼽은 동방사현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중 일두 정여창의 고향이 개평마을이다.
비에 촉촉이 젖은 진회색 돌담, 담장에 줄기를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새초롬히 비를 맞는 다홍색 능소화 더미, 동산을 이룬 푸른 노송 숲, 명당 하나씩 차지한 고택, 일두 선생을 제향하는 남계서원 풍영루와 청계서원 앞 휜 반송, 추적추적 비 내릴 때 산촌민박 주인과 기울인 소주 한 잔….
이런 대상보다 마음을 요동치게 한 건 따로 있다. 마을을 떠날 때 부지불식간에 마주친 개평정미소다. 벼를 도정하고, 줄 서서 떡가래 뽑던 고향 마을 정미소가 그곳에 있었다. 고향 정미소는 문을 닫은 지 오래인데 이 마을에서 정미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음이 놀랍고 반가웠다. 콤콤한 다락방 냄새 같기도 한, 쌀 냄새와 쌀겨 냄새가 오묘하게 섞인, 오십 년도 더 된 유년의 냄새를 그곳에서 맡았다. 30분마다 오는 시골버스가 들어온다고 기별 올 때, 이 아득한 향수를 두고 돌아서야 했다."(김나현, 『뿌리 깊은 한국의 전통마을 32』,1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