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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기세상 Feb 14. 2024

조종실에서 바라본 태양

조종사가 아닌 항공운항관리사로의 비상

[관숙비행 중 조종실에서 바라본 하늘]


1. 비상


"안녕하세요! 기장님, 오늘 김해-제주 XXXX편으로 관숙비행 탑승하게된 운항관리사 OOO입니다."


"반가워요! 제 자리 바로 뒤 점프시트를 펼치고 편히 앉아 관숙비행 하시면 됩니다."


2013년 봄, 좁은 칵핏(조종실)에서 어디에 앉을지 몰라 뻘쭘해하는 나에게 기장님은 점프시트(Jump seat)에 착석할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해주었다. 보잉 737-400 기종의 조종실은 닭장과 같이 매우 좁았고, 빽빽히 들어선 계기들과 기장석, 부기장석, 그리고 필요시 앉을 수 있는 비상좌석 외엔 서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공간이 좁았다.

 

처음으로 칵핏에 탑승하여 조종사들과 함께 비행 했던 그떄의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서른 하나의 늦은 나이에 항공사 문턱을 넘기까지 수년간 마음고생 했던 감정이 뜨거운 태양빛과 함께 섞여 감격의 눈물로 맺힌 그 순간의 감정은 지금까지도 간혹 찾아오는 슬럼프를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곤한다.


내가 탑승한 항공기는 활주로의 끝단에서 잠시 대기 후 타워 관제사의 이륙 지시를 받고 달리기 시작했다.


"XXXX, Cleared for takeoff RWY 36L"


관제사의 지시와 함께 육중한 무게의 항공기는 강력한 엔진의 힘으로 달리기 시작한지 10~20초 이내 가뿐히 하늘로 비상했다. 기장과 부기장은 이륙 절차를 정확히 수행하면서 금세 10000ft까지 날아올랐다.   


[조종실에서 바라본 태양]


구름위를 뚫고 날아오르는 순간 강력한 햇살이 칵핏안으로 들어왔다. 구름위에서 나를 비추는 태양은 31년 인생에 바라본 태양 중 가장 눈부심과 동시에 강력한 전율을 동반한 감동을 주었다. 공군으로 복무하던 시절 대학을 중퇴하고 항공운항관리사가 되기까지 안전지대였던 직업군인을 포기하며 앞만 보고 걷고 또 걸었다. 그 동안 현실과 타협하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오직 항공인의 길을 걷기 위해 달려온 시간이 위로가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어릴적 꿈은 항공기 조종사였다. 마음속에는 하늘에 대한 동경과 비행기를 조종하는 멋진 파일럿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어릴적 부모님의 직업 영향으로 항공기를 일찍 마주할 수 있었고 드라마 '파일럿'을 보며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신체적 조건으로 조종사의 길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만 비행기와 함께하는 일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직업이 항공운항관리사이다.


참고로 항공운항관리사를 간단히 설명하면 조종사가 비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비행 전체 구간의 제한사항들과 기상을 분석하고 비행계획을 작성하며 관련 관제 기관에 통보하는 역할을 하는 등 비행을 지원하는 전문적인 항공종사자이다.


하지만 항공운항관리사가 되기까지 돌고 돌아와야 했던 시간은 외롭고 힘들었다.

항공분야의 길을 걷기에 적합하지 않은 학력 조건과 오랜 군복무와 취업 준비로 흘려보낸 세월은 항공사 취업 도전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전역 후 모든 국적 항공사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던 순간은 나를 더욱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오직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달려왔다.

 

항공분야의 첫 걸음은 직업 군인의 길을 선택했던 2004년 12월 1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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